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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Oct 30. 2023

침착한 이곳

정릉골_이정옥

산동네와 판자촌은 60년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형성한 마을들로 또 한번 70년대에 무작위 도시개발로 중심에서 쫓겨난 이주민들로 인해 판자촌은 늘어난다. 빈민국가였던 한국은 급성장하고 인구증가로 인해 주거난이 부족해진다. 그로 인해 아파트가 생겨나며 해결하는 듯 보였으나, 이익의 최대 수단인 부동산 물결이 일어나면서 사람을 위한 아파트는 돈이 되는 아파트로 변모한다. 재개발은 곧 아파트를 짓는 다는 것이며 현수막을 내걸고 본인의 집이 헐린다는 것에 환영과 축하한다며 외지인에게 자랑한다. 


우리는 무엇을 짓고 있을까? 

재개발이란 단어를 무시하고 시간이 응축된 길을 걷는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즉 공간에 따라 삶의 양식이나 사고방식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속에 사라지는 장소들에서, 곧 사라짐에도 침착한 이곳. 

우리는 무엇을 짓고자 할까?

도시에 존재하지만 목소리가 없는 존재들. 언어를 한다고 해서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사라진 자리에 진짜가 나타난다.


길의 몸짓은 중요하다. 열고 닫는 과정속에서의 길의 감각은 우리의 행동과 사고는 유연해진다.


길은 시간을 품고 있다. 끈적한 추억들이 우리의 발을 붙잡느라 느린 걸음으로 서다 멈추다를 반복한다. 길은 도화지다. 회색바탕에 무지개 색상의 펜을 들고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것 같은 세상을 그려본다. 

아침8시 쾅!삐그덕~! 길에 즐비한 철대문의 열고 닫는 소리가 합창을 시작하면, 빠른 걸음으로 앞만 보고 행진하는 출근자들. 그들의 스침에 저마다의 집안 향수가 길목을 채운다. 이어서 작은 거인들이 등장하고 제 몸만한 가방을 메고 신나게 뛴다. 그들의 발소리에 땅의 울림이 경쾌하다.

새들의 목소리가 동네에 울린다. 나의 허리 중턱을 맴도는 나비와 곤충들이 등장한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잎들의 노래도 은은하게 퍼진다. 

정릉 사색골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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