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_정창윤
사람이 만든 것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틈이 생긴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은 언제나 식물이다. 바람에 몸을 실어 작은 싹을 틔울 조금의 공간만 있으면 그곳에 초록을 잉태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심지 않거나 이름을 모르거나 모양새가 이상한 식물들을 잡초라 부르며 틈만 나면 없애려고 한다. 이렇게 사람이 떠나가며 비어가고 있는 동네에서 느껴지는 적막함과 쓸쓸함에 잠시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싱그러운 모습을 뽐내고 있는 생명들이 있다.
생태계에 있어서 잡초는 꼭 필요하다.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땅 속 깊은 곳에서 영양분을 퍼올리고, 지표 근처에 자라서 서로 얽혀있는 뿌리들은 땅을 섬유화하여 빗물과 바람에게서 표토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농업과 이동 수단의 효율성 등 인간 활동의 영역에서 잡초는 그저 방해꾼일 뿐이다. 그래서 인간이 사는 어디를 가더라도 잡초의 씨를 말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잡초를 뽑는 다는 것은 그 생명을 내 영역에서 추방하는 행위이다. 질경이처럼 잡초로 취급받다가 나중에 그 효능이 알려져 약재로 신분이 상승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내 눈에 거슬리기 때문에 뿌리 봅힌다. 조금만 불편함을 주는 것을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내 주변에서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잡초가 괜히 잡초인가. 난폭하게 뽑혀서 내동댕이 쳐져도 그 곳에 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사력을 다해 씨를 영글어 자손을 남긴다. 사람들이 강제로 추방당하고 있는 지금 이 동네는 지금 사람이 잡초다.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다가 자본의 손에 뽑혀나간 사람들은 이곳에 무엇을 남겼을까. 답사를 다니며 내가 찾지 못한 어떤것이 있다한들 아마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리라. 그들이 남기고 싶어했던 슬픔과 탄식은 이제 난폭한 기계 장치에 덧없이 스러질 것이다.
사람이 드문드문 살고 있는 한남3구역에는 내 허리까지 키를 세운 잡초가 앞으로의 일을 모르는지 평화롭게 바람에 잎을 살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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