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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acehost Feb 16. 2024

욕망의 마찰음

구룡마을.성뒤마을_정창윤

 

마을 입구의 생활폐기물 집하장에서 부동산 정치의 악의가 느껴졌다. 동네 입구에 이런 시설을 허가한다는 것은 분명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는 이야기이다. 분명 이 기획을 만든 행정가는 본인이 기막힌 생각을 해냈다고 으스대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직 이곳에는 터를 잡았던 사람들이 남아 살아가고 있다.


마을 전체가 사랑의 연탄나눔 행사로 떠들썩하다. 나는 이 웃음소리가 여간 불편하지 않을수가 없다. 분명 아직 사람이 살고 있지만 마을 주민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고, 골목을 둘러볼 때 간간히 들리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소리가 사람이 안에 있는 집이라 알려 주었다. 값비싼 차를 타고 오거나 큰 버스를 대절해서 온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러 왔다는 만족감과 적당한 육체 노동이 주는 즐거움을 한껏 노출하고 있었다. 몇 시간째 왁자지껄 떠드는 외지인들과 숨죽인 주민들 사이에 나는 암묵적인 사회적 지위의 차이로 생기는 불평등을 느꼈다. 그들이 연탄을 주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소란스러움. 겨울을 나려면 이 곳에 사는 누군가 연탄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이미 그들에게는 이런 불편함은 살아남기 위한 거래이며 매년 겪어 익숙해 이제는 무뎌져 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광경이 너무 낯설고 기이해 보였다. 



외부인이 일으키는 소음 외에는 고요했던 구룡마을과 달리 성뒤마을은 소리없는 격렬함이 가득했다. 마을 입구부터 입주민들이 내건 퇴거명령에 대한 거센 저항의 메세지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바람에 불때마다 커다란 소리를 내며 현수막들과 깃발들이 펄렀였고, 난 그것이 욕망과 욕망 사이의 마찰음으로 들렸다. 난폭하고 격렬한 펄럭임이 바람이 멈춘 순간에도 계속 들리는 듯 했다. 이곳을 어서 개발하고 싶은 자본과 지차체의 연합과 최대한 이곳을 점거하여 최고의 보상을 받으려는 거주인들의 격돌. 이곳을 지금 마을이 아니라 전쟁터였다. 너무나도 어이없이 마을 한 가운데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외제차 브랜드의 서비스센터가 우뚝 서있다. 서있기보다는 우뚝 솓아있다. 건물전체가 유리로 뒤덮여서 파리한 얼굴을 하고 있는 파사드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넓은 도로 맞은편의 유명 아파트 단지다. 오매불망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고객들을 바라보며 곁눈질로 성뒤마을에게 이렇게 말을 하고 있으리라. 장사에 방해되니 빨리 사라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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