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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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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 May 06. 2023

끝나는 게 두려워서

아름다운 모든 순간에 눈물이 나요

나는 모든 아름다운 것이 끝나는 게 두렵다.

특히 이 마음은 아름다운 공연이나 예술 작품을 보고 나면 더 심해진다.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있는 듯한 아름다운 재즈 공연은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는 너무 달라서 마음이 막막하다.

막이 내리고 나면 슬픔이 밀려온다.


남편은 내가 그것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슬픈 거라고 한다.

내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에도 다 먹어가기 직전에 “또 먹고 싶다.”라고 하는 것,

여행이 끝나기 전에 “또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 슬픈 마음은 어떤 일을 충분히 좋아하고 즐겼다는 증거라고 삼으라고 한다.

그러기엔 좋아하는 것이 끝나는 먹먹함의 여운이, 좋아하는 마음보다 더 길게 남는 걸.


좋아함은 찰나이고 상실감은 오래간다.


사랑하는 것들을 이 세상에 더 많이 만들수록, 심지가 굳지 못한 사람은 눈물이 많아진다.

깔깔거리면서 그저 좋아하고, 기억하면서 미소를 짓는 그런 기억이 많지 않다.

웃음이 나는 순간에도, 그 순간이 사진이 찍혀서 앨범에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 그 기억을 아주 뒤에 바라보는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학창 시절,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가 끝날까 두려워.”라고 생각했던 내 마음을,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사람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그 이후로 줄곧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아름다운 걸 보고 나면 눈물이 나는 걸 두고 “기뻐서 운다.”라고 표현한다.

그게 그나마 세상에서 받아들여지기에 적합한 감정의 형태이니까. “이 기쁜 순간이 아주 잠깐이라는 게, 나는 너무 슬퍼.”라고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모든 순간이 찰나이기 때문에 마음껏 즐기라는 사람이 있지만, 매 순간이 찰나이기 때문에 매 순간이 슬픈 사람도 세상에는 있다.

조카의 말랑한 볼에 얼굴을 비비는 순간, 일요일 아침에 커피를 내릴 때 퍼지는 향긋한 향,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부케를 던지는 친구의 결혼식…


그 모든 순간순간에, 딱 한 겹만큼의 슬픔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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