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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Oct 23. 2024

들어가며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에 입사할 당시, 나의 직무는 조직문화라는 개념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직무였다. 소위 '현장' 직군으로 분류되는 업무를 맡아 약 3년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신입사원 시절을 보냈다. 일과 직장 생활에 적응해 가고, 특출 난 역량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무엇이라도 '성과'라는 것을 만들어보겠다고 애쓰다 보니 시간은 빨리 흘러만 갔다.


그러다 어느덧 주임에서 대리로 진급을 할 수 있었고, 회사 내에 다른 조직과 직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직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타 직무에 대한 이동 의사를 밝혀 보았지만, 당시 내가 속한 부서의 리더는 흔쾌히 허락해 주질 않았다.


아무래도 점점 조직이 고령화되어 가며, 젊은 직원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보니, 젊은 직원이 부서를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이동의 기회는 날아가나 보다 싶었는데, 연말 인사 시즌에 회사 전체의 인사 업무를 수행하는 HR부서에서 러브콜이 들어왔다. 


HR 직무에 대해서는 그전에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 분야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상황이었다 보니, 왜 내게 이런 제안을 주셨을까 하는 의아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무언가 새로운 직무를 수행해 볼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더 앞섰던 것 같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HR부서에서 채용 업무와 계열사간 인력교류, 포상제도 등과 같은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현장 업무에 익숙했던 탓에 일하는 방식과 업무 수행 역량이 지원 부서 직원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HR부에서 정말 힘든 초기 생활을 보냈지만, 나의 잠재 역량을 끌어내려 노력해 주신 당시 팀장님과 오랜 기간(약 6개월은 걸렸던 것 같다.)을 기다려주신 부장님 덕에 어느덧 '1인분'은 할 수 있는 직원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HR부서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쯤, 운 좋게도 그룹 업무를 총괄하는 지주사의 HRD 부서 창설 멤버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전까지 HRD 분야는 그룹에 컨트롤타워 없이 각 계열사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이를 총괄하는 부서가 신설된 것이다.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트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HRD 업무를 창설 멤버 동료들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갔다. 신설 부서이다 보니 펼쳐내는 사업 모두 그룹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것들이 많아 돌이켜보면 당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기쁨을 만끽하며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룹의 HRD업무를 조금씩 소화해 나가던 시점에, 조직개편이 이루어지며 조직문화 업무를 우리 부서에서 수행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얼떨결에 조직문화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조직문화'... 처음엔 이 단어가 나에게 너무 익숙한, 즉 너무나 자주 듣고 접했던 단어라 그리 어렵다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전까지 현장 업무에서 HR로, HR에서 HRD로,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응을 이어오며 버텨왔던 직장생활이었기에, 이 조직문화 업무 역시도 '그냥 뭐 다른 업무처럼 금방 적응하고 할 수 있겠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깔끔히 없어져버렸고, '조.직.문.화' 이 네 글자의 단어가 주는 무게감과 깊이가 매일같이 나를 억누르는 느낌을 금세 받게 되었다. 가볍게 하려면 얼마든지 가볍게 할 수 있는 업무일 수도 있지만, 제대로 하려면 손도 대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넓은 분야가 바로 이 조직문화 업무인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도 꽤 있으실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떤 여정과 함께 조직문화 담당자가 되셨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업무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고 있는지, 내가 이 업무를 초기에 맡고 느꼈던 것처럼 가볍게 느끼고 계신지, 아니면 조금씩 공부하다 보니 덜컥 겁이 난 상황인지, 깊이 있게 공부해 가며 전문가의 길로 들어선 상황인지... 글을 쓰면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어떤 상황이실지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 


아직 초기 단계이시라면, 우려와 격려의 마음이 들어서일 것 같고, 후반부의 단계이시라면 부럽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인 것 같다.


나는 참 복스럽게도 직장생활 중 좋은 리더 분들을 많이 만났다. 배울 점이 많았고, 구성원을 존중했으며, 각자 다른 조직으로 가서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리더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 분 덕에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되었고, 조직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더 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으며,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매일 같이 조직문화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다 보니, 조직문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도 (물론 차이점도 분명 존재하지만) 서로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리더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직장생활을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여러분은 어떤 리더와 일하고 있는가? 또는 어떤 리더인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조직문화의 '조직'을 크게 보면 회사 전체가 되겠지만, 좁게 보면 부서나 팀 단위가 된다. 직원 개인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어쩌면 조직문화라는 것은 그가 속해있는 현재 부서나 팀의 문화일 수도 있다. 구성원이 느끼는 조직문화는 어쩌면, 그가 속한 팀 내에서 경험하는 그의 리더와 동료들과 함께하는 과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나에게 나중에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위에서 소개한 나의 리더와 같이 구성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해주는 리더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동료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어본다 해도, 비슷하게 내가 함께 일한 리더와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해 준 동료로 기억되고 싶다 할 것이다. 


좋은 조직문화의 확산은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특정 부서만의 일도 아니고, 조직문화 담당자만의 일은 더더욱 아니다. 때문에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경험(Positive Experience)'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브런치북 작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 뿐 아니라,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분들과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분들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조직문화 업무를 수행해 오며, 학습하고 느꼈던 많은 경험들을 매 순간 기록해 왔고, 경영진부터 신입사원까지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조직 구성원의 생각을 읽어왔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들을 조금씩 모아왔고, 이를 엮어 이번 브런치북 작업을 했다.


이 책이 조직문화 담당자분들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리더분들께는 조직과 구성원을 이끄는데 필요한 작은 인사이트를 드릴 수 있는, 구성원분들께는 일과 동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점검해 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그런 도구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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