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긍정경험을 확대할 큰 그림을 그리고 실행하라.
누군가가 '당신의 직무는 무엇인가요?',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누구나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간략히 소개한다.
'네, 저는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가벼운 자기소개와 같은 문장인데, 가끔씩 이 문장의 무게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은 존재를 움직이는 것, 그리고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매우 추상적이라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 평소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라 누구나 숟가락을 얹어 쉽게 말할 수 있는 것...
이런 애매모호하고, 굉장히 추상적이면서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아실 것 같다. 조직문화 관련 업무를 이제 막 맡아서 하게된 분이라면 아직 그 무게감을 느끼기에 조금 이를 것도 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금세 알게 될 것이다.
조직문화 업무를 아주 작은 범위로만 바라본다면, 조직문화 캠페인, 소통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업무로 볼 수 있겠지만, 조금 더 확장된 의미로 보면 앞의 업무에 더해 구성원이 조직을 바라보는 인식 수준을 진단하고 개선해가는 과정을 관리하고, 긍정적인 변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까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더 넓은 의미로 보면, 조직 전체의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이와 연계하여 조직 구조와 직무를 설계하며, 인력 운영 및 평가체계 등의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업무까지로도 확장될 수 있다. 물론 이 이상으로도 넓게 볼 수 있다. 즉, 조직문화라는 업무는 어떤 팀 또는 어떤 직원 한 두명이 수행하는 업무가 아니라 기업 전체가 수행하는 모든 업무일 수 있는 것이다.
조직문화 담당자라면 이처럼 '조직문화 업무 범위를 확장하여 인식'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팀에게 주어진 사업이나 과제에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고, 회사 전체에서 구성원이 수행하는 업무들, 그들이 소통하는 채널, 협업하는 방법,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 등 모든 것이 나의 업무와 관련이 있고, 그런 것들 중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주는 것을 발굴하여 개선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한다.
나는 현재 소속된 회사에서 조직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이야기할 때, '구성원의 긍정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몇 년 전부터 HR 업계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직원경험(Empoyee Experience)'이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는 표현이다.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곳에서 '구성원의 긍정경험 확대'라니...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룰 예정이라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다양한 연구 사례가 있지만, 그 중 미래학자 Jacob Morgan의 책 <직원경험(The Employee Experience Adventage, 2020)>에서 소개하는 연구결과를 보면, 직원경험 만족도가 낮은 기업에 비해 직원경험 만족도가 높은 기업은 직원 성장률이 1.5배, 임금 수준이 1.5배, 평균 영업이익이 4.2배, 직원당 영업이익이 4배가 높고, 이직률은 0.6배로 낮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성원이 직장 내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조직의 성과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의 구성원은 무엇으로부터 '직원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회사'가 제공하는 경험들에 국한하여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번 상상해보라. 여러 분이 출근하여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기까지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가? 회사에 도착하여 지나치는 통로, 사무실에 들어가며 인사를 나누는 동료, 내가 일하는 공간, PC와 전산화면, 회의와 보고, 리더와의 면담 또는 소통, 회사에서 올린 공지글, 업무 관련 유용한 지식들이 담긴 게시판, 다른 부서 동료들의 경조사 소식, 휴가 또는 외근, 결재 프로세스,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IT 신기술들, 점심식사, 그리고 회식 등... 무수히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회사가 제공하는 경험도 있지만, 함께 일하는 리더와 동료가 제공하는 경험도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나' 역시 내가 속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험들을 생산하는 주체인 것이다.
직원경험이라 하면, 회사가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얽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경험들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긍정경험'이라는 개념을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상호작용하며 제공하는 긍정적인 경험'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경험이 조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구성원의 긍정경험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조직문화팀 또는 조직문화 담당자가 해야할 일이 된다. 조직문화 담당자는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전략이라 하면 다소 거창할 수 있기에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이 지향해야 할 조직문화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그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그 여정 속에 구성원에게 어떤 경험들을 제공할 것인지, 리더 그룹과 구성원으로 하여금 어떻게 지향점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움직이게 할 것인지, 그리고 이들을 실행할 Action Plan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가리켜 전문용어로는 '변화관리' 또는 '조직개발'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시 말해 조직문화팀 또는 조직문화 담당자는 위와 같이 변화해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정하고, 그 목적지로 향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실행해가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