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마지막 한 해는 나답지 않게 사람들에 둘러싸인 시간들을 많이 보냈다.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과 급격히 친해져서 같이 열심히 놀았고 여행을 다녀왔던 동행들과도 친해져 같이 운동도 하고 술도 마시며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회사 외 모든 시간을 이 관계들에 쏟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30살이 되어 갑자기 이 관계들이 한 번에 끊겨 버렸다. 여행을 갔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운동은 그곳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면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관계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면서 큰 공허함이 밀려왔다.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지며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사람이 그리워졌다. 나만 뚝 떨어져 나온듯한 그 소외감이 힘들었다.
나는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수줍음이 굉장히 높은 기질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이 힘들다. 특히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게 되면 빌려온 고양이같이 우물쭈물 댄다. ‘처음’이라는 어색함이 싫어서 새로운 모임을 갖기까지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친해지는대도 대단한 에너지가 든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으면서도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새로움을 원하면서 막상 도전하기까지는 엄청난 에너지와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향인의 삶이란..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나고 나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나의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여유와 동력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나만 떨어져 나간 듯한 느낌이 싫어서 기준 없이 그저 새로운 관계만을 찾아 헤맸다면 이제는 내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진정한 이유를 깨달은 느낌이랄까. 목표를 사람이 아닌 나의 취향과 가치관을 강화해 나가는 것으로 잡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도 좋을 것 같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나는 사람이 좋지만 관계 맺음은 굉장히 신중한 사람이다. 이 기질은 변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저 넓은 관계, 재미있는 관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생각과 시간을 교류하는 목적을 기반으로 노력해 보면 조금 더 관계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순위를 나를 즐겁게 해 주는 데에 둔다면 그 과정에서 생기는 관계들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과의 관계는 참 언제나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