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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Mar 06. 2022

[책 리뷰] 울다가 웃었다- 개그맨/재능인 김영철

평양냉면 같은 사람, 옥시모론 김영철의 달콤씁쓸한 솔로연주

*김영철 님의 책을 '울다가 웃었다.'를 읽은 직장인의 끄적임

*호칭을 영철 님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고, 형님이라고 하기엔 어감이 좋지 않아. 형이라고 글에는 적었다. (친한 척해서 죄송합니다.)  


나에게 희미하지만, 확고한 기억.

조금 오래된 기억이라 몇 년전인지는 기억이 안난다. 10년은 넘은 것 같고, 뜨거운 여름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나는 당시 일이 끝나거나, 쉬는 날이면 논현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콩다방 구석에 앉아 음악을 만들거나, 글을 썼다. 당시, 나는 하는 일과 별개로 평소 광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소재로 매주 네이버, 엠넷에 컬럼을 썼는데, 그게 나를 단련시키는 꾸준한 시도 같은 거였다.


카페나 공공장소에 들르다보면, 빈번히 같은 사람과 마주치게 된다. 이름도 모르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지만, 그저 같은 장소를 비슷한 시간대에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정서적 연대감을 형성시키곤 한다.  

내가 가던 그 카페에 영철이형은 자주 왔다.  유명인이라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법도 한데 형은 카페 어느 자리에서도 편히 앉아 영어 공부를 했고, 때론 영어선생님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형은 자신만의 세계를 일궈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와 연예인이다." 하는 신기함이 생겼지만,  형의 그 꾸준함은 시간이 지날 수록 나 자신을 조금씩 자극하고 있었다. "저렇게 유명한 사람도 열심히 사는구나....더 노력해야겠다."

그 전에는 개그 프로그램에 나와 하춘화, 김희애 성대모사를 하는 방송인인줄 알았는데,....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흔들리지 않는 내공이, 나에게 형에 대한 좋은 상(像)을 갖게 했다.


한번의 만남 그리고, 출근길에 김영철의 파워 FM (철파엠)

형과 나는 단 한번 그것도 청담동 작은 바에서 3분 정도 인사한 게 전부다. 그 후에 우연히 연락이 닿았고, 나는 듣지 않던 형의 라디오를 가끔 듣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을 가끔 보게되면 반가워 (형은 원하지 않았을 수 있었던) 친한척을 했다. 아침 출근길에는 항상 EBS 영어와 전화영어를 했지만, 형을 알고부터는 주간에 한번 하는 양정무 교수님의 미술코너라든지, 형의 입담을 챙겨 듣기 시작했다.

마치 슴슴해도, 때가되면 찾게되는 평양냉면처럼.

 

출판 : 울다가 웃었다.

형이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교보에서 주문했다. 적어도 자기 노력을 통해 책을 낸 사람들에게 가장 기분좋은 일은 자기 책을 구매해서 읽어주고,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책에 사인해주세요라고 형은 많이 듣겠지만, 난 책을 우선 읽고 사인해달라고 했다.  

(TMI 유난스러운 나의  습관이지만,  서점에서 유명작가가 출판 기념회나 사인회를 하면, 나는 그 자리에서 산 책에 절대 사인을 받지 않는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팬이라면,  내가 읽고 감상한 책을 작가에게 들이미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그렇게한다. 보통도 그랬고, 고 황현산 선생님께도 그랬다. 영철이형한테도 그러고 싶었다.)


책은 슬픔, 농담, , 사람  4개의 마로 구분둬어있는데,  형이 방송생활하면서 경험한 것들, 끊임없이 도전하고 공부하는 이유, 가족에 대한 애환과 어머님에 대한 각별한 애정 간결한 문체로 담겼다.

앉은 자리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1시간~2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하면서 볼 수 있는 에세이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가끔 방송인 김영철의 음성지원이 되는 재밌는 경험도 해볼 수 있다.


단지, 방송인 김영철이 아닌, 글을 끊임없이 탐독하고, 주기적으로 책상에 앉아 엉덩이로 글을 썼으며, 여느 작가와 다름없이 퇴고를 거치고, 삶과 행동과 주변사람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정답이 아닌 형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친근한 사람 김영철이 보였고, 그 모습은 동네 형같기도 했으며, 담긴 이야기들은   같지 아 두 번을 읽은 것 같다.


옥시모론*같은 사람, 김영철

한 번의 웃음에는 여러가지 감정과 경험, 슬픔과 상처, 고통과 이야기가 복선으로 깔려있는지 모른다.형은 작은거인, 슬픈행복 같은 (양립할 수 없는말을 사용하여 강조효과를 내는 수사법 *)옥시모론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을 읽다보니, 형 삶 자체가 옥시모론이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삶도 옥시모론 투성이다.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형은 평양냉면 같은 방송인이다. 자극적인 매운맛도 짜릿한 탄산의 맛도 형에겐 없지만,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

지독하고 치열한 방송계에서 남들보다 독하게 칼을 갈고, 뾰족한 날로 공격애햐할 순간도 오고, 눈물을 머금고 피에로의 가면을 써야할 순간도 있는 것이 방송인의 숙명이겠지만, 형은 매 순간 슬기롭게 지혜롭게 나름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게 캐나다 몬트리올 페스티벌 이후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영어가 되었건, 아는 형님에서 핵노잼 캐릭터로 살아가는 1인이 되었건, 라디오에서 공중을 날아다니는 그의 입이 되었건 형은 매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책임을 진솔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친한 동네형처럼 혹은 닮고 싶은 리더의 단면처럼 훅훅 공감 주머니에 또 하나의 상을 만들어냈다.   



닫는 글. 기회가 된다면

형이 보기엔 어줍잖은 친함을 가장해, 몇 자 적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형네 집에 있는 도마에 스팸이라도 무식하게 썰어서, 미역국에 밥한 그릇하며 일상의 대화를 나누면 좋겠다. 그 이야기가 허황된 말이나, 거짓이나 사기가 아닌 조금의 부풀림이어도 그 시간은 형이 바라보는 인생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같이 싱글맘/대디를 둔 3-40대 직장인들이나 (어린 시절 부모의 균형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삶을 일궈가고 있는) 삶의 씁쓸한 면이 많다고 느끼는 친구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  

고통과 상처가 부정의 방향으로 흘러가면 분노가 되지만, 형처럼 긍정의 방향으로 흘러가면 예술이 된다.


영국 밴드 Verve의 Bittersweet symphony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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