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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MEE Jul 06. 2023

소설『헤븐』을 읽고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두는 ‘내’가 되기를


『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책세상(2023) 


중학교 2학년 소년이 오랜 시간 학교폭력을 당하며 영혼까지 망가져가는 과정을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 주인공의 생각과 고민을 표현하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 덕분에 소설에 빨리 몰입했고, 소년에게 감정 이입되어 고통스러웠다.



더럽다는 이유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는 같은 반 소녀 ‘고지마’와 만나게 되면서 수많은 쪽지를 주고받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두 사람이 겪고 있는 가족문제, 학교폭력, 인간의 옳고 그름의 윤리적 문제까지 이들의 대화가 깊어진다. 청소년기에 겪는 가치관의 혼란과 부모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이들의 내적 갈등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아득하기만 한 이십여년 전의 나의 청소년기를 회상하기도 했다.



사시의 눈을 가졌다는 이유로 시작된 괴롭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의 강도가 더해갔는데, 가해자 무리나 그들에게 동조했던 학급 아이들에게선 어떠한 폭력의 이유나 죄책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교사라는 세계』 (저자 김민지,김자영,이승희,주연, 리더북스, 2023) 중 ⟨1장 교사라서 고민합니다⟩에 학교폭력과 관련된 글이 나온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반향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뜨거워진 시기지만,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법적 다툼에 휘말릴 수 있어 선생님도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게 되버린 아이러니한 현실을 꼬집었다. 


『교사라는 세계』(김민지,김자영,이승희,주연, 리더북스)
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작품이 나왔을 때 나는 사람들이 피해자의 아픔에 조금 더 공감하길 바란다. 가해자가 망가지는 과정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기보다 복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삶을 더 안타까워 했으면 한다.그래서 가해자의 미래가 아니라 피해자의 온전한 삶을 위하여 학교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1장. 교사라서 고민합니다 중>


학교나 가정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할 때 타인에게 폭력과 폭언, 불쾌감을 주는 행위 등으로 학폭위가 열릴 수 있고 생기부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을 두기 보다는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옳지 않은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 헤븐으로 돌아와 가해자들의 잔혹성이 극으로 치달았을 때 이를 목격한 어른의 신고로 수면 아래 곪아 있던 문제가 터지고 가족과 학교에서 사실을 알게 된다. 모두가 소년에게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의 상처로 찾았던 병원의 의사, 아버지와 이혼을 생각하는 새엄마는 애정어린 관심을 갖고 주인공을 지지해 준다. 작가는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 있는 어른이 한 명만 있어도 아이의 삶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을 읽은 후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의 10대 청소년들은 그들 안에서 강자의 권력을 다양한 방법의 학교폭력으로 쉽게 표출할 수 있는데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로 나오면 강자의 권력 앞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또 다른 권력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권력, 언론과 자본을 가진 강자가 휘둘러대는 무차별적인 폭력 앞에 사회적 약자는 무기력하다.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사그라들 때까지 밟히기 일쑤다. 존엄한 인간의 삶을 위한 기본권과 노동권 위에는 자유와 경제의 가치가 최상위에 있다. 그 외의 가치가 함께 공존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중2병처럼 생각이 다르면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해진다. 권력의 우월함과 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자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과 자아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정부, 노동자의 안전을 착취하는 ‘자유’시장경제 이 혼돈과 상처를 보듬고 다양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진정 자유롭게 살아가는 성숙한 사회를 꿈꿔본다. 또한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두는 ‘내’가 되기를 용기 내 본다.


#헤븐




HEAVEN 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책세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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