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달라붙더니
악착같이 기어오르더니
아득히 가파지른 뒷집 콘크리트 담벼락을
그리도 죽자 살자 매달리더니
드디어 네가 담이 되고 말았구나
바람 불면 막아 주고
비가 오면 덮어 주는 보호막 되어
시원한 칠월의 해풍에
살랑살랑 손 흔들고
꽃가루까지 아낌없이 뿌리는
녹색의 융단이 되었구나
영혼은 사라지고 모양만 무성한
아! 벽이 무너지면
포탄에 산산이 부서져 내린 철근의 잔해처럼
제 몸뚱이를 제가 부둥켜 안고 뒹굴
아! 담쟁이여!
당신만을 부여잡은 나의 사랑이여!
가여운 나의 영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