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잠을 깨어 창문을 연다
무채색의 하늘과 바다가 자매처럼 투닥거리고
마을을 내려다보는 가로등 불빛들이
슬픔 가득한 시선을 준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이 한데 모아 마당으로 던지는
추녀 끝 낙숫물은
졸음 가득 머금은 갖난아이 잠투정처럼
잦아지다가 자지러지고 또 잠드는 듯 하다가 다시 깨어나고
마을 모두가 숨을 죽이는데
간간이 어느 어두운 후미진 구석에서 나온
길고양이들의 교성이
서툰 밤손님처럼 휘어진 골목길에 발자국을 찍고 있다
카카오톡 초대방처럼 뻗은 전선줄들은
어지러이 장방형으로 펴지고
그 위에 매달린 물방울들은 반짝이는 물꽃이 되어
먼 날 당신의 수줍은 치아를 보듯
내 눈을 집중시킨다
밤은 먼저 귀를 깨우고 눈을 틔우고
마음을 일어나 걷게 한다
무채색의 하늘을 향해 걸어가는 나의 마음은
늘 비에 젖어 있다
하여 발걸음이 그리움으로 질퍽거린다
하여 비 내리는 밤은
결국 텅빈 그리움을 되새김하는 시간이다
새벽이 올 때까지
비에 젖은 저 가로등 불빛이 제풀에
꺽이고 스러질 때까지
지나간 추억의 되새김의 되새김이다
빛나는 사람 하나 불쑥 나타나듯 아침이 올 때까지
처마 끝 낙숫물 소리가
마지막 두드림을 스르르 접고
되돌아 설 때까지 그 발걸음마저 사라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