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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Oct 19. 2022

내 친구의 들녘


노을빛으로 출렁거리는 가을

들녘에서 방아깨비 눈 뜨고

가을 벼 이삭을 자세히 살펴보면

껍질까지 벗겨보면

지나온 한해가 훤히 비친다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봄 어느 날 가뭄이 있었는지

며칠이나 장맛비가 추적거렸는지

농부의 가슴팍 같은 논바닥을 태풍이 몇 번이나 쓸고 지나갔는지

달빛에는 또 얼마나 설레었는지

청명한 햇살에 며칠이나 생의 기쁨을 즐겼는지

전부 담겨 있다고 

늙은 농부의 눈에는 다 보인다고

한몸으로 다가가면 모두 느낄 수 있다고

가을 들녘 바라보던

찰진 무논처럼 검고 깊은

내 친구의 눈매가 떠올랐다.

이삭으로 여무는 친구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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