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진욱 Mar 23. 2023

꽃, 섹스의 계절

 사주명리학에서 봄은 싹을 내밀고 잎을 피우는 계절이요, 여름은 꽃을 피우는 시절이며, 가을은 열매를 맺고, 겨울은 씨앗으로 저장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사주에 여름을 의미하는 화(火) 기운이 강한 사람은 밝고 명랑하며, 매우 행동적이며 적극적이고, 또 진취적이고 밝다. 발산적이다.

 꽃은 상대방을 유혹하여 나에게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행위이며, 하여 스스로를 가장 찬란하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치장한다.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여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꽃이 피는 시기는 암수가 결합하는 시기, 음과 양이 하나로 합궁하는 섹스의 시기이다. 그러므로 이때 세상은 가장 아름답고 달콤하고 요란스럽다.

 인간과 달리 자연의 섹스는 무한경쟁이다. 벌나비는 꽃을 찾아갈 때, 영역을 규정하지 않는다. 내것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개방적이고 적극적이며 눈치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함께 아름답고 함께 찬란하다. 온 세상이 축제 분위기다.

 그러나 고등 동물로 갈수록 욕심이 지배하여 힘과 권력을 가진 자가 섹스를 독점한다. 법을 만들고 예절을 만들어 세상을 묶어 놓은 후, 자신들은 법과 예절 위에서 섹스의 자유를 만끽한다. 폐쇄적이고 은밀하다.

 그래서 가장 고등동물인 인간은 이 섹스의 독점을 위해 힘의 원천인 돈과 권력에 더 집착하는 것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가장 큰 쾌락과 달콤함은 섹스에 있다. 따라서 식물이건 동물이건 섹스를 위해 목숨을 건다. 식물은 모든 에너지를 모아 꽃을 만들고, 동물 또한 발정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붇는다.

 반드시 결실을 목적하지 않아도 꽃을 피우는 그 순간, 정을 표출하는 그 순간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섹스의 순간은 동식물을 막론하고 가장 짜릿하고 집중적이고 달콤하고 흥분된 순간이다. 삶의 절정, 삶의 클라이막스, 삶의 오르가즘인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섹스욕을 상실한 존재는 볼행하다. 물론, 또 다른 어떤 것으로 삶의 의미를 채워나갈 수도 있겠지만,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이며 감각적이고 본질적인 쾌감과 행복감은 상실한 것이다.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나무는 꽃나무가 아니다. 청년이 노년보다 아름답고 가치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섹스 만큼의 삶의 의미, 즉 쾌감과 감동을 주는 어떤 것을 누리지 못하는 한, 섹스욕을 상실한 존재는 새로움을 만들어 낼 의지도 현재의 즐거움을 향유할 욕망도 잃어버린 존재다.  

 자신을 드러낼 의지를 상실한 존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살아지는 것이다. 목숨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