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위험을 볼 수 있는 감각
"보고 싶은 것만 보이기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볼 수 있는 감각"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슬로우 조깅 중 마주한 강화유리 파편 이야기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일상, 그러나 위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오늘 하루 두 번 수업을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오전과 오후, 같은 수업이었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오전에는 스토리텔링이, 오후에는 평범한 글을 특별한 글로 바꾸는 기술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사람은 역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런 생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저는 평소처럼 아파트 단지를 돌며 슬로우 조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1.2Km 트랙을 9~10바퀴 돌며 몸을 풀던 중이었습니다. 반복해서 해서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단지 입구 주변에 늘어선 깨진 대형 강화 유리창들.
산산조각이 난 대형 유리판이 아파트 동마다 세워져 있었고, 바닥에는 크고 작은 파편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습니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아이들도, 반려견도, 어른도 다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위험이 제 눈에만 보이는 듯 했습니다.
아파트 관리소장이 건물에서 나오다가 유리파편을 줍고 있던 저를 발견하고는 냉큼 달려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치울께요!"라고 말하고는 제 손에 쥐어져있던 유리파편을 모두 받아갔습니다. 저는 관리소장이 상황을 파악했으니 인부들을 시켜서 잘 치우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파트 열 바퀴를 다 돌도록 지켜봤지만 여전히 유리 파편은 깨끗히 치워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몇 몇이 나와서 줄넘기를 하고 바퀴 달린 말을 타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저는 당장 눈에 띄는 유리조각들을 주웠습니다. 제가 유리 조각을 줍는걸 보모 할머니가 물끄러미 쳐다봤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유리 파편이 있으니 조심시키라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할머니라면 유리 조각을 와서 같이 주울 줄 알았는데, 아이를 데리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저는 달리기를 하면서 눈에 띄는 유리 파편을 줍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글은 유리 파편을 주우면서 느꼈던 감정, 공동체 속 개인의 역할, 그리고 '보는 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위험은 그대로 있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다.
아파트 중앙 공원은 늘 아이들과 할머니 할아버지,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들이 있습니다.
활기찬 공간 곳곳에 깨진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슬로우 조깅을 하며 트랙위를 달리면서 칼날처럼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금만 넘어지면, 조금만 잘못 딛으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였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당장 치워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뭣보다 놀랐던 건, 깨진 유리를 나르는 인부 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 조차 아무도 위험을 인지하고 있지 않아 보였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걷고, 뛰고, 웃고 있었지만 발 아래 놓인 위험은 아무도 관심에 두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왜 어떤 사람은 위험을 즉각 인지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전혀 보지 못할까?
첫째, 인지 필터 - 뇌는 '관심 있는 것'만 수집한다.
바더 마인호프 현상처럼,
사람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정보에만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아이 안전, 반려견 안전, 공간 관리에 관심이 없으면
유리 조각은 그저 '배경의 일부'일 뿐입니다.
둘째, 책임 회피 - '내 일이 아니다'라는 잠재적 신념
"저건 관리소에서 할 일이다."
"저기 인부들이 보이는데 알아서 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위험은 보이지 않습니다.
셋째, 행동 비용 - 움직이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유리 파편을 줍는 일은 귀찮고, 위험하고, 손도 다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이런 행동을 자동으로 회피합니다
세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
'위험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보는 힘을 기르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모두 연결된 삶을 살아갑니다.
따라서 '보는 힘'을 기르는 것은 개인의 인격이자 공동체의 기본 안전장치입니다.
첫째, 관찰 감각 훈련
일상에서 다음을 습관처럼 질문해보면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 지금 공간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무엇인가?
* 방치되면 누가 피해를 볼 수 있을까?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둘째,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
사소해 보이는 위험도,
작은 균열도,
누군가의 삶을 크게 흔들 수 있습니다.
"내 일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버리고,
"내가 먼저 본 사람이 처리한다."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순간 공동체는 단단해집니다.
셋째, 작은 행동의 힘을 믿는 자세
제가 주운 유리 파편이 모든 위험을 제가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첫 번째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누군가 시작하면 다른 누군가는 따라오게 됩니다.
공동체는 이렇게 움직입니다.
일상 속에서 '보는 힘'을 키우는 세 가지 방법
첫 번째, 보이면 즉시 행동하기
크고 대단한 행동이 아니라, 눈앞의 유리 한 조각을 주워 올리는 수준으로 충분하다
두 번째, 관리 주체에게 정확히 전달하기
문제를 인식한 사람은 기록하고 알려야 한다.
문제가 정확히 전달되어야 시스템이 움직인다.
세 번째, 주변 사람에게 안전 인식 확산시키기
"여기 유리조각 있어요. 조심하세요." 한마디가 사고를 막는다.
한 마디는 종종 '두 번째 행동가'를 만든다.
우리는 '보는 만큼' 행동하며 산다.
오늘 슬로우 조깅을 하며 유리 파편을 주었던 일은 별것 아닌 작은 행동일 수 있습니다.
위험은 그대로 있는데, 위험을 보는 사람은 따로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면 세상은 내 편의대로만 보입니다.
그러나, '진짜 보는 힘'을 가진 사람은 공동체의 안전, 타인의 고통, 무제의 징후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는 힘은 '행동하는 사람'을 만들어냅니다.
저는 유리 조각을 주운 것이 아니라,
'보는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확인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여도 괜찮다라고 생각해봅니다.
어지간 하면 외국인이라는거 티내고 싶지 않아서 나서지 않으려하는데...
'내 일이 아니다....'라는
그들 문화에 다시 한 번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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