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배하는 자!
나는 시간의 노예였..또르륵
아침 7시 40분 알람이 운다. 애들 자가검진을 후딱 등록하고 다시 잠에 든다. 8시 알람이 운다. 오분만 오분만 꿈틀거리며 다시 자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킨다. "잘 잤어? 아침 먹어야지?" 과일을 깎아주고 가벼운 아침을 차리고 들고 갈 물통을 챙겨준다. 이제 또 알람이 운다. 집을 나설 시간이다. 옷을 갈아입고 양말 신고 겉옷 입고 마스크 쓰고 집을 나선다. 요즘 날이 추워 옷깃을 여미며 총총 거리며 등교를 시키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는다. 뜨거운 차를 한잔 타 와서 마시며 이기사 저 기사 들락날락, 괜한 게시물 들척 들척 거리다 보면 10시 11시 시간이 금방 흐른다. 단체 톡방도 확인하고 개인 연락 확인하고 좋아하는 웹툰 몇 개 보면 12시 1시. 요깃거리 몇 개 주어 먹고 공부를 하다 보니 애들 데려올 시간이다. 애들을 데려오며 시장에서 좋아하는 거 사주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챙기고 씻기고 숙제를 봐주고 운동을 조금 하면 9시 10시. 하루가 끝났다. 부랴부랴 못다 한 공부를 끝내고 새벽 1시쯤 잠자리에 든다.
간략한 내 하루다. 내 시간은 물 흐르듯이 사라지고 있다. 한참 마음을 먹고 하루를 살 때는 지금보단 사라지는 시간이 적었는데. 지금은 눈만 감았다 뜨면 시간이 없어져 있다. 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야지.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투자도 하고, 일거리도 좀 만들고 하려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난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지켜본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아예 없다고 해야 하나. 학교 다닐 때도 공부계획을 세운적도 지켜본 적도 없다. 그냥 머릿속에 있는 데로 지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시간은 더 빨리 사라지는 것일까? 체계적인 시간 관리를 해봐야 될 성싶다.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까? 뭔가 이젠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진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을 보니 애들 걱정도 되고 앞으로도 걱정되고, 내가 더 모범을 보여야 하나 싶기도 하다.
며칠 전 받아쓰기 0점 맞아도 상관없다는 얘길 하는 걸 듣고 어이가 없어서 화를 냈다. "0점 맞으면 밥 못 먹을 줄 알아!" 사실 점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서 50점을 맞아와도 파이팅을 써주며 격려해줬는데, 아무 의욕도 없이 연습할 생각도 없이 0점 맞아도 된다고 하는 걸 보니 버럭 짜증이 올라왔다. 공부를 할 생각은 해야지! 내 최대 마지노선인가 보다. 공부 왜 해야 하는 걸까? 사고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해야 한다는데, 억지로 하는 공부도 사고의 힘이 길러질까?... 길러지겠지. 애들을 자유롭게 두는 것도 억지로 너무 많은 교육을 시키는 것도 두 개다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적당히라고 시키고 있었는데 것도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공부만 시키면 찡얼거리는 게 90프로 시간을 차지해서 나는 또 짜증을 내게 되고. 악순환이다. 뭔가 시간이 더 많다면 더 여유로워질 텐데.
다정하게 상냥하게 조곤조곤 설명하고 다독이며 공부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라도 내 시간관리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더 어려운 공부를 계속해야 될 애들한테도 무언가 길이 보였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내 역할이 중요하겠지..... 일단 공부를 재밌게 만들어주고 싶다. 해야 될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