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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Nov 17. 2023

#10 로마에서 시간 여행을 해보니

하루 만에 피렌체 여행을 마치고 로마로 넘어갔다. 로마는 너무 너무 볼 거리가 많아서 그걸 다 구경하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로마를 여행할 때 일드 <테르마이 로마이>가 생각났다. 일본 코미디 드라마인데 현대 일본인이 목욕탕에서 갑자기 2세기 로마로 타임슬립, 로마 목욕 문화를 혁명적으로 이끄는 이야기다. 물론 나도 무리수 설정 때문에 다 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왜 이런 드라마가 나왔는지 갑자기 탁! 이해가 갔다. 그 드라마를 쓴 사람도 로마에 왔다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보고 싶지 않았을까? 난 그랬다.


이렇게나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콜로세움, 터 밖에 안 남아 과거 모습이 너무나 궁금한 포로 로마노, 역동적인 조각상에서 맑은 물이 뿜어나오는 트레비 분수, 교황의 권력으로 내로라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불러들여 완성해놓은 바티칸시국의 박물관과 대성당, 그 반대축에 또 다른 신을 기렸을 판테온의 위엄... 길거리에 있는 거의 모든 건물들 또한 로마라는 고대 도시의 역사를 품고 있다. 나도 시간 여행을 하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니 <테르마이 로마이>가 보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물론 보지는 않을 거지만)


로마는 수도에 대한 내 편견을 깨닫게 해준 도시다.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다. 밀라노에 비하면 굉장히 시골스러워서 수도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나에게 수도란 첨단 도시이자 모든 분야의 중심지인데, 이탈리아는 오히려 밀라노가 첨단을 달리는 분위기이고 로마는 경주처럼 옛 수도의 명성만 잇는 분위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 어떤 나라는 수도보다 더 발달된 첨단도시가 따로 있구나. 인구 대다수가 수도에 몰려 사는 나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였구나.


로마에서 또 하나 크게 깨달은 게 있다. 여행은 가장 육체적인 활동이라는 것. 글로 배웠던 것들의 실체를 몸으로 깨닫게 된다. 관광지가 너무 많은 로마에서 하도 걸어다녔더니 온몸이 아프고 소화도 더디고 무척 힘들었다. “와 여행은 진짜 내 몸과의 사투다” 하면서 비타민과 소화제를 사먹었다. 웃으며 말했지만 정말 고통스러웠다. ‘내 다리야 조금만 버텨봐. 나 저거 보러 가고 싶단 말이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보고 싶고 궁금한 건 너무 많은데 도저히 걷기에 지치고 힘들 때는 내 몸을 이끌고 이동하는 게 힘들기만 했다. 하루 종일 중력을 거스르는 기분.


그래도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나에게 여행은 최고의 경험 방식이다. 평생 여행을 하며 살고 싶다. 물론 난 인생 자체가 그냥 태어난 김에 하는 여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고 있기도 하지만, 평생 이곳저곳을 누비며 민들레 홀씨처럼 떠다니고 싶다. 발 길이 닿는 곳마다 역사 그 자체인 로마는 여행이 내 적성에 딱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여행은 힘들지만 싫지는 않다. 나의 삶도 녹록치 않지만 그래도 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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