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부모님께서는 취업 문제로 낯빛이 어둡던 내가 집에서 일하겠다고 하니, 내심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시면서도 다행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아직 젊은 나이에, 집에 틀어박히겠다고 하니 걱정이 되신 듯했다. 물론 나도 걱정됐다. 간만의 돈벌이였지만, 직장생활의 대안이 될 순 없었으니까. 벌이로 보나 안정성으로 보나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다만, 내겐 잠시 머물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한 상태였고, 그 당시 나는 서서히 추락하는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서서히 엉켜가고 무너지고 망가지면서, 그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 정상적인 삶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온통 엉망이 되는 것만 같았다. 어딘가라도 속해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딜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출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낯선 사람들, 낯선 장소, 그리고 낯선 분위기에 어울리기에는 내가 너무 모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자기 비하의 단계였다. 어째서 나는 남들 다 잘 다니는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걸까.
이러한 시기에 프리랜서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의 저자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프리랜서로 지원을 했다. 사실 좀 뻔한 내용의 자기계발서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 그 책에서 제시하는 방향성 자체가 내겐 너무도 큰 위안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심리적 불안 상태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인드셋을 갖출 수 있었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지극히도 단순한 욕망을 인정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이 잘 안 맞는다면 디지털노마드가 되면 어떨까. 하나로 해결이 안 된다면 N잡을 뛰면 되지. 꼭 회사 생활이 답은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나 프리랜서 생활이 늘 무난한 것만은 아니다. 사회생활이 싫어 도망쳤지만, 혼자 일하면서 종종 사람이 그리웠고, 적은 페이에 불안했고, 마치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두려웠다. 이럴 때면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받아야만 했다. 이러한 헤맴도 결국 한 때라고, 그저 잘 살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당연한 수순이고, 넘어야 할 장애물이며, 누구나 겪는 시시한 감정일 뿐이라고. 격려를 가장한 자기속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스스로 믿는 의식을 거쳐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나는 이러한 루틴을 일종의 방어막으로 삼는다. 우울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지 않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프리랜서로 살아가려면 늘 이러한 감정 변화에 스스로 대처해야만 한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우울은 그저 능률를 떨어뜨릴 뿐,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잘 관리하고 다잡는 것, 프리랜서에겐 그것조차 생계의 문제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