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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철 Mar 30. 2023

브레이크가 고장나는 꿈을 꿨다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인데, 최근 브레이크가 망가진 차를 운전하는 꿈을 꾸곤 한다. 멈추려고 발을 디딜 때마다 자꾸만 빨라져서 다른 차나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나서야 깨는 꿈. 옆차를 제치고 달려가는 속도감이나 부딪히는 충격까지 꽤나 리얼한 탓에, 한 번은 그게 꿈이라는 걸 재판까지 가서야 알아차린 적도 있다.


깨고 나면 안도감과 함께 짜증이 밀려온다. 벌써 몇 번째 속는 건지. 내 꿈이니까 속은 게 아니라 속였다고 해야 하나.  속이고 잘 속는 탓에, 10중 추돌 사고를 일으키고 꿈에서 깼을 때는 주님께 감사했다. 폭파된 차에서 기어 나올 때 한 번, 잠에서 깨어났을 때 한 번 '오, 마이갓'을 속으로 외쳤다.


왜 이러한 꿈을 자꾸만 꾸는 걸까. 자기 전의 기억이 꿈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공포 영화를 보고 자면 꿈에 귀신이 나오듯이. 하지만 살면서 매드맥스를 편도 나로서는 하기만 하다.


해몽을 찾아보니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란다. 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는 삶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로 형상화었다니. 개꿈이 아니구나. 왠지 요즘 자꾸 시달리는 이유가 있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냥 좋은 꿈이라 생각할 것을 괜히 찾아. 꿈에서 깨고 나면 께름칙한 기분이 오래 남는다. 칼 융이 '꿈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전하는 메시지'라고 했나. 해몽을 찾아본 뒤부터는 그 꿈이 일종의 경고나 예언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살아서는 행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살다가는 주위 사람을 실망시키고 말 것이다. 평생 불만에 가득 차서 살아갈 것이다. 결국 그렇게 불행해질 것이다.


예언은 과거와 미래로부터 동시에 온다. 거의 삶으로부터 미래가 보내는 경고와 같다. 남들이 열심히 나아갈 때 그러지 않아서, 살아갈 방향조차 잡지 못해서, 포기해야 할 것을 자꾸만 놓지 못해서, 어려운 일에 도전하지 못하고 자꾸만 편한 것만 찾아 나서서. 무의식의 불안이 의식의 세계로 침투해 온 것이다.


나의 과거와 미래는 현재에게 지속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거였다. 장난 제동장치 같은 삶과 추돌사고 같은 불행에 대비하라고. (그것도 모르고 매드맥스를 떠올리고 있었다니!) 과거를 후회로 만들지 말고 미래를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뒤덮지 말라고. 네 인생이 항해할 길에는 아직 수많은 암초와 거친 파도들이 남아있다고. 써부터 난파된 배처럼 가라앉아있지 말라고.


그러니까...


잘 살아보자고. 현재의 내가 잘 살고 싶은 만큼, 과거와 미래의 '나'도 잘 살고 싶은 건 마찬가지기에... 나는 나에게, 자꾸만 SOS를 보내고 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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