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 임시보건소

여긴 어딘가 난 누군가..

by 화원

나는 오늘 하루종일 녹초상태였다.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긴 했는데 오후 3시에야 그 물을 처음으로 한잔 마셨다. 안 그래도 물을 잘 못 마셔서 노력 중인데 오늘은 정말 최악이었다.


오늘 아침 7:35부터 학부모 연락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난 금요일 이미 열이 나서 결석했던 아이인데 B형 독감 확진을 받았다고 해서 결석한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올해는 우리 학교가 하이클래스라고 학부모와 소통하는 앱을 폰에도 설치하고, PC로도 이용하고 있다. 나도 올해 처음 쓰는 것인데, 일단 업무시간에야 당연히 컴퓨터로 사용하지만 이른 아침이나 저녁, 주말에도 이 앱을 통해 긴급한 연락은 할 수 있다. 오늘 이 앱의 그 쓰임이 진가를 발휘했다고 해야 하나. 7:44 다른 아이도 어제부터 열이 나는데 안 잡혀서 등교할 수 없다고 연락이 와있다. 원래는 8시까지 천천히 출근을 준비하는 편이지만, 이때부터는 출근 준비라고 할 게 없이, 대충 옷만 입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며칠 전 한 명이 독감 확진이라 결석 중인데 두 건이나 메시지가 오는 걸 보니 확산되었나 싶어서다.


교실 문을 제일 먼저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뒷문은 잠근 채 앞문만 열었다. 그리고 바로 뒤따라온 아이에게 말했다. “잠시만 들어오지 말고 기다려 봐.” 그 아이는 멀뚱멀뚱 서 있었다. “오늘 열난다는 아이가 많아서 말이야. 들어오기 전에 열 좀 재려고 해.” 아침에 보건실에 들렀다 올 시간도 아끼려고 우리 집에서 쓰는 비접촉식 체온계를 가지고 왔다. 먼저 내 체온을 잰다. 35.5℃. 아직 쌀쌀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급히 와서 그런 것 같다. 일단 내 체온을 기준으로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명렬표에 기록한다. 35.7℃. 통과. 일단 내 체온보다 1℃가 높은 아이부터 주의해야겠다. 한 명을 검사했을 때 두 건의 메시지가 또 들어온다. 7:58에 여자아이 학부모님은 “아침에 열을 재니 39도가 넘어서 오늘은 등교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또 8:6에 남자아이 엄마의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 엄마입니다. ** 감기 기운이 있어 병원 들렀다 등교시키려 합니다. 조금 늦을 듯 해 연락드립니다.”

그래서 나는 8:20 우리 반 모두에게 연락했다. “제목: 긴급~ 독감 2명, 열 3명 연락이 왔어요/ 아이들 등교 전 열 있는지 확인해 주시고 열이 있으면 병원에서 독감 검사 후 안전할 때 등교시켜 주세요 저도 교실에서 열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체온계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검사하고 기록하며 앞문에 책상을 아예 두고 앉았다. 그리고 오늘 도우미에게 “보건실에 가서 우리 반 독감이나 열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마스크 23개만 주세요.라고 해줄래?”라고 부탁했다. 마스크가 도착하고 모든 아이들에게 숨쉬기도 힘든 KF94 마스크를 하나씩 씌웠다. 그리고 8:44에도 한 아이 어머니가 아이 열이 조금 있다고 해서 등교 못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오늘 오전에만 다급한 연락 4건을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등교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체온 검사하면서, 폰으로는 계속 연락 오는 것들을 확인하며 답을 하며 9시가 되었다. 등교했던 아이 중에도 열이 있는 아이가 둘이 있어서 10분 간격으로 다시 체온을 쟀다. 그렇게 세 번 잴 때마다 열은 더 오르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38℃를 찍었다. 그래서 두 아이는 학부모와 연락을 해서 귀가하여 병원에 가도록 했다.


9시 현재 독감 확진은 2명이고, 의심되어 병원에 간 아이는 모두 6명이었다. 그래서 8명의 자리가 비었다. 그래서 또 니트릴장갑을 끼고 빈자리 책상마다 소독약을 뿌리며 소독을 했다. 책상도 그렇지만 앞문, 뒷문, 사물함.. 공용자리를 다 닦았다. 물티슈 한 통은 금방 사라진다. 1교시는 원래 국어 시간이었지만, 우리 반은 아침 독서를 하고 있었고, 1교시 내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 9:46에 다시 전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독감 2명, 검사 중 6명입니다. 보건실에서 KF94 마스크 받아서 모두 쓰고 있고 아이들 책상과 문 소독했습니다. 아침 체온 검사 이상 있는 학생은 하교하여 검사 중입니다. 현재 교실에 열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체육 시간에만 마스크 벗을 예정입니다. 점심시간에도 한번 더 확인하고 안내드리겠습니다. 교실에서는 환기와 손 씻기를 여러 번 지도하고 있지만 독감은 감염병이라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걸릴 수 있습니다. 이미 독감에 걸린 아이나 검사받는 아이가 가장 힘들고 속상합니다. 노력했지만 걸릴 수도 있다고 잘 다독여주시고 앞으로도 손 씻기와 일찍 자고 일어나기, 균형 있는 식사하기로 면역력 높이도록 같이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2교시는 전담 선생님의 체육 시간이어서 아이들을 강당으로 보내고, 교실에 와서 한숨을 돌린다. 그렇다고 해도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이 낸 수학 시험지를 번호순대로 챙기고, 17명 일기를 검사하고, 사회책 다시 검사받는 아이 6명 책을 다시 검사했다. 교과서는 바로 검사를 해줘야 수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제야 교사들 메시지 온 것 10여 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점심시간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으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밥만 먹자고 했다. 그래도 1명은 계속 이야기해서 여러 번 주의를 주어야 했지만 대부분은 약속을 잘 지켰다. 그리고 아이들에겐 “독감에 걸렸거나, 열이 났던 친구들이 다시 돌아올 때 뭐라고 하면 좋을까?” 물으니 “검사는 괜찮아?”, “아팠어?” 여러 답이 나온다. “선생님이 손 씻기 계속 얘기했고 여러분이 잘 씻었는데도 감염병이란 건 옮는 거라서 어쩔 수 없이 걸리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게 병원에서 온 친구들도 속상하겠죠? 그러니까 많이 아팠는지, 괜찮은지는 물어도 되지만 ‘너 때문에 다른 애들 걸렸다.’ 거나 ‘내가 너 때문에 불안했다.’ 거나 그렇게 말하지 않도록 해요.”라고 아이들에게 교육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오는 대로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러저러해서 1:50에 수업을 마치고 2시에 아이들은 집으로 갔다. 그 이후로도 계속 병원에 갔던 학부모들의 메시지가 온다. 결국 병원에 갔던 6명 중에서 3명은 독감으로 확진받았고, 2명은 일반 감기, 1명은 오후에 검사한다고 했는데 지금 퇴근 시간까지도 연락이 없다. 그러니까 현재 독감만 5명이 된 것이다.


이런 날은 내가 숨을 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하루였다. 독감에 확진된 아이들은 대략 5일간 학교에 나올 수 없고, 당분간 이 듬성듬성한 책상을 보며 가르쳐야 한다. 일하는 부모님도 애가 타고 힘드실 것 같다. 나도 아이가 어릴 때 수두에 걸려서 일하시는 친정엄마에게 맡겼던 기억이 난다. 그때 말도 못 하는 그 어린아이가 엄마 집의 냉장고 문짝을 붙들고 서서 두드리며 먹을 걸 찾더라는 게 웃겼다는 말을 엄마는 1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얘기하신다. 엄마는 지금 만 78세신데 건강하신 편이다. 한 번은 정말 웃기신 게, 엄마의 오빠분이 돌아가셔서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있었다. 엄마는 거기서 장례가 열리기 전까지 기다리시면서 의료원에서 진료를 보셨다고 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 “저는 왜 아픈 데가 없어요?”라고 물으셨다고 했다. 아 나의 엄마... 그리고는 건강하면 좋은 거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답을 듣고 오셨다. 그래서 난 가끔 엄마의 건강 요인을 분석해 보는데 긍정적인 마음이다. 엄마는 좋은 일만 기억하시는 편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한참 지나서 기억하는 건 이렇게 다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오늘은 가정이나 학교나 모두 전쟁과 같은 하루를 치렀다. 수학, 음악, 도덕 오늘 다 교과서를 펴고 가르치긴 했었는데 내가 뭘 가르쳤나 싶다. 영혼이 탈출할 수 있었다면 오늘이었을 것이다. 아까 커피포트에서 끓었다가 식은 물을 마시면서 시계를 봤었다. 오후 3시. 점심시간에 밥이야 먹었지만 물 한잔 마시는데 7시간이 걸렸다. 이러니 병이 생기지.. 최근에도 소화가 잘 안 되어 한의원 선생님이 한약 짓자고 하셨는데, 하루 세 번이라고 하셔서 난 안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점심시간에 내 한약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하루 세 번 지어봤고, 번번이 점심약을 못 먹어서 남기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저녁 약으로만 지어서 먹고 있다. 학교의 자리를 나는 의미 있어하고, 좋아하고, 경력이 많으니 이젠 자연스레 잘하기도 하지만 이렇게나 힘든 날이 있을 때는 자신 없어지기도 한다.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으려나. 나도 엄마의 유머나 긍정성을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는 건 복이다. 복을 누릴 수 있도록 건강관리도 잘해야겠다. 일단 오늘은 퇴근시간을 훨씬 지나서야 학교를 나셨다 오늘은 무조건 릴랙스 해야지. 이게 하루만으로 끝나지 않기에 당분간 긴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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