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오늘은 생존수영을 배우러 수영장으로 가는 날이다. 4학년은 6시간의 생존수영을 배워야 하는데 오늘 그중 절반 3시간을 배운다. 오늘 수요일이라 4교시 수업인데, 오가는 시간과 3시간 수업으로 하루가 다 간다.
2주 전부터 생존수영에 필요한 수영복이나 래시가드, 수영모자, 물안경, 수건 등을 계속 준비하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어제는 버스와 수영장에서 지켜야 할 규칙 등을 배우는 안전교육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이 왔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지 모르지만, 교사인 나로서는 버스를 타는 것도, 수영을 하는 것도 ‘교육’의 이름으로 감수해야 하는 위험 상황 덩어리다. 최근 체험학습 인솔하던 교사 2명이 아이들이 차에서 모두 내린 후 이동 중 신발끈 묶던 학생을 인지하지 못하고, 운전기사는 보지 못한 채 운행하면서 일어난 학생 사망 사고에 대해 세 명 모두 유죄판결을 받는 일이 있었기에 더욱 긴장되며 마음이 무거웠다. 이건 체험학습도 아닌데도, 그 위험성에 있어서는 비슷하다.
보통 아이들은 아침에 8:30 즈음에 교실에 온다. 내가 제일 먼저 교실에 들어갈 때도 있지만 대개는 1~2명이 기다리면 내가 교실 문을 열고 함께 들어가곤 한다. 오늘은 비슷한 시간인데 6명도 넘게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 왜 이렇게 일찍 왔어?” 하니 다들 수영가방만 들고서는 싱글벙글하고 있다.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들인가 보다. 수영장 물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아이와 또 한 명의 아이는 오늘 체험학습을 신청해서 결석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 한 명은 어제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열이 나서 병원에 갔고 나중에 독감이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이렇게 3명을 제외한 20명이 오늘 버스를 타고 수영장에 갔다.
8:50까지는 오라고 했더니 마지막 한 명이 8:47에 왔다. 그제야 이런저런 안전을 이야기하고, 9시가 되어 정문 앞에 기다리던 버스에 탔다. 아이들은 버스에 탈 때면 누구랑 짝인지가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적당히 앉으라고 할 수가 없다. 어제 안전교육 시 번호대로 자리를 정해주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정해져 있으면 질서가 있다. 그래서 모두 자리에 앉고 안전벨트를 하고 출발했다. 15~20분 정도의 거리라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모두 도란도란 짝과 이야기하며 살짝 설레는 마음의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맨 앞줄, 운전기사님과 대각선에 앉아 학생 인원수와 돌아올 때 만날 시간을 약속한다. 출발하고 보니, 차가 유난히 깨끗하다. “기사님, 차를 깨끗이 관리하시나 봐요. 물건에서 빛이 나는데요?”“아, 그렇기도 하지만 이 차가 두 달 전에 나온 새 차예요.”“아 그래요? 사신 건가요?”“아니요, 이건 여행사 차예요. 그런데 모범적인 운전자에게만 준 거예요.”“아 그러시군요.”“이 차 가격이 2억 원이에요.”“네? 2억 원이요?” 이렇게 차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1300% 성과급을 달랬다던 어떤 회사의 노조에 대한 이야기, 그 회사는 결국 폐쇄를 결정했다는 사회적인 이야기도 하셨다. 그때, 남학생의 큰 소리가 났고, 조용히 하도록 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그러셨다. “이 학교 선생님들은 훌륭하신 것 같아요.”“아,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그게, 어떤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가 선생님 옆에 와서 한창 자기 여자친구 얘기나 이런 걸 계속 얘기하는데도 그냥 두더라고요.”“아, 맨 앞에서 얘기를 계속하면 기사님이 운전에 집중하시기 어려우셨겠네요.”“그것도 그렇고, 아이들이 단체생활에서 규율을 잘 안 배우면 사회에 나가서 적응 못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선생님이 지도해 주시는 거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아 그러셨군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마다 성향이 좀 다 다르긴 해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덕산 중학교 안에 있는 수영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정문에서 내려 수영장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이미 속에 수영복을 입고 왔기에 겉옷만 벗고 샤워기로 물을 적시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남녀 탈의실에는 남녀 강사님이 한 분씩 계셔서 아이들이 물로 적시는 걸 도와주셨다. 모두 수영복에 수영 모자를 쓰고 나오니, 학교에서 보는 모습과 수영장에서 보이는 게 달라서 처음엔 누가 누군지 못 알아봤다. 수영 모자를 쓰니 내가 기억하던 머리모양이 아니라서 누군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9시 반쯤 되어 아이들은 체조를 하고, 남녀로 나뉘어 각 강사님께 배우기 시작했다. 뜨기를 위주로 배웠던 3학년과는 달리, 4학년은 오늘 물에서 걷기, 발차기, 다리 걸치고 눕기, 누워서 발차기, 구명조끼 입기, 코 막고 출발대에서 뛰어내리기, 누워서 헤엄치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떨어진 바둑돌 줍기 100개를 통한 잠수까지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보통의 아이들은 정말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워했다. 그런데 남학생 1명과 여학생 1명은 거리를 두고 보는 내게도 보일만큼 위축되고, 긴장했다. 그래서 가까이 가보니, 수영장 경험이 적기도 하고 워낙 겁이 많은 아이들이었다. 남학생을 지도하는 강사님은 순서대로 하는 활동에서 이 아이를 맨 마지막에 시키시면서 손을 잡으면서 가르치셨다. 그리고 여학생 강사님은 그 아이를 제일 먼저 보내서 마치는 시간을 비슷하게 하셨다. 그걸 보면서 ‘학생 특성이 같더라도 선생님마다의 방법은 다르지. 정답은 하나가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특히 마지막 즈음에 했던 코 막고 출발대에서 뛰어내리기는 조금 높은 곳이다 보니 못하는 아이가 여학생만 3명 있었다. 그중 1명은 처음부터 어려워하던 여학생이었는데 마지막에는 뛰어내렸다. 강사님도 그렇고 나도 “타고 가던 배가 불이 나거나 하면 무서워도 무조건 뛰어내려야 해.”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새겨들은 것 같다.
그리고 교실에서 큰 소리와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한 아이는 물속에서 빛이 났다. 오늘 수영장에서는 가장 먼저 하고 가장 빨리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계속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아이였다. 아이마다 자기가 빛나는 곳이 있다. 어른들은 보통 교실에서 빛나는 아이를 좋아하지만 아이마다 자기만의 무대가 있는 것이다. 그걸 다들 잘 찾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꼬박 2시간가량을 배웠다. 이미 다녀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중간에 힘들어서 나와 있기도 했다고 하셨는데 우리 반은 그런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우리 반 아이들 체력이 대단하다는 걸 발견해서 기쁘기도 하고, 큰 소리와 뛰어다니는 아이들 생활지도가 힘든 게 이 때문이었나 싶은 마음이 교차했다. 그렇게 수영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아이들은 모였다. 여자아이들은 수건으로 양머리를 한다고 4명은 아예 그 양머리를 한 채로 나와서 너무 웃겼다. 학교에 가서도 서로 그거 만들어 달라며 가르쳐주고 배우는 광경이 이어졌다. 남학생 1명은 큰 비치 타월을 걸치고 나왔지만 수영 가방은 가져오지 않아 다시 탈의실 가서 가져오라고 했다. 갈 때와는 다르게 오는 버스는 조용했고 나도 그랬다. 양말을 벗고 습기 찬 수영장에서 2시간 내내 아이들을 바라보고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 것, 그리고 뒤쳐진 아이들 괜찮은지 살펴보는 것은 은근 긴장되었던 것 같다. 선생님들이 수영모자 몇 개인지 계속 세느라 힘들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1.2m 깊이, 30℃ 수온의 매우 적절한 수영장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물 속이라는 상황은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2시쯤 학교에 와서 평소보다는 이른 점심을 먹었다. 오늘 수요일이라 마침 메뉴는 짜장밥과 탕수육, 딸기였기에 아이들은 너무 행복하게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알림장을 적고는 1시에 다 같이 인사하고 집으로 갔다. 물론 수영가방을 놓고 간 한 명은 다시 돌아와 가져가긴 했다. 수영은 안 했지만 수영한 것 같은 노곤한 몸이 되었다. 하지만 오전 내내 쌓인 메시지 10여 개를 확인하고, 고장 난 태블릿 들어온 것 6대를 AS 사이트에 접수하고 과학실에 갖다 놓아야 했다. 또 고쳐져 온 태블릿 7대는 각 교실로 배달을 했다. 나름 고가의 기기라 일일이 교사에게 전달하는 게 마음 편하다. 그리고 오늘 독감에 걸린 아이가 있다 보니, 보건 선생님이 보내주신 인플루엔자 관련 손 씻기 안내문을 인쇄해서 뒤쪽에 붙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책상과 짝 자리도 소독약을 뿌려 닦았다. 전에 옆 반에서 독감으로 7명이 결석했다고 들었는데 우리 반은 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교실에 여러 아이가 결석하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불안감은 조금이어도 우리를 잠식한다. 우리 교실은 봄볕처럼 계속 노릇하고 따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 물 만들기 과학실험 준비를 과학실 선생님께 메신저로 부탁드렸다. 이런저런 작은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을 훌쩍 지나있다. ‘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네. 나 오늘 너무 긴장하고 고생했다.’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경기도에서는 안전 교과서와 수업 시간이 임시로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경기도교육청은 2019년 학생 생존수영 교육 지원 조례를 만들어 시행했다. 그리고 그 당분간은 체험학습이 중지되기도 했다. 내 아들이 6학년 때였다. 경기도 초등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아들의 졸업여행은 사라졌다. 한편 같은 나이의 조카는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갔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대책을 세운다. 하지만 안전교육이 없어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책으로 나온 것들은 나름 고심해서 나온 것들이지만, 해결책은 될 수가 없다. 오히려 어떤 사건을 통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들어온 교육은 초등학교 입장에서는 불안감과 피로감을 더하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몸이 피곤한 하루기도 하고, 여러 생각으로 피곤한 하루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