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만드는 아이들
오늘은 4월의 첫날, 급식당번이 바뀌었다. 전에 했던 아이들이 와서 새로 하는 아이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었다. 급식당번은 한 달마다 6명(남자 3명, 여자 3명)이 하고 정리까지 한다. 우리는 교실에서 급식을 하는데, 1~3학년은 식당에 가서 먹는다. 그러니까 4학년 이 아이들은 올해 처음으로 교실 급식이라는 걸 하는 것이다. 그래서 3월엔 급식 지도가 공을 들여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었다. 배식 준비와 정리, 배식하는 것과 받는 것, 식사 예절까지….
급식당번이 하는 일은 일단 앞치마 하기, 급식차 뚜껑 열기, 보조 책상 가져오기, 뜨거운 건 만지지 말고 선생님께 부탁드리기, 급식 차 안에 있는 그릇과 반찬들을 위로 올리기, 국자와 주걱 등 음식에 맞는 집기를 정하기, 음식을 한 가지씩 맡아서 나눠주기(한 반찬을 맡고 싶은 사람이 여러 명이면 가위바위보로 정하기) …. 지난 3월 급식당번을 했던 정말 조용한 여자아이가 있는데, 오늘 급식 설명을 너무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에 조금 놀랍기도 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은 정말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마침 1일이라고, 이번 달에 생일인 아이들을 축하하는 의미로 조각 케이크와 미역국이 함께 나왔다. 그리고 현미밥, 조롱이떡 돼지갈비찜, 잡채, 김치가 있었다. 무난한 메뉴다. 우리 반에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한 명 있고, 사과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여자 아이가 한 명 있다. 그래서 견과류가 조금이라도 섞인 음식이 나오면 그 아이는 대체 음식으로 김이나 주스 등을 받곤 한다. 어린아이가 음식 제한을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피곤할까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나도 모니터 하단에 그걸 늘 붙여놓고, 급식 시간마다 메뉴를 확인하고 주의한다. 급식실에서 알레르기 학생을 미리 파악해서 대체식을 보내주긴 하시지만 혹여나 하고 매일 확인하게 된다.
우리 반 아이들은 항상 많이 먹는 편이다. 그래서 밥도 국도, 반찬도 다시 가지러 3층에서 1층 식당까지 가서 받아오곤 한다. 한 달을 그래서인지 이제 양을 좀 넉넉히 보내주시는 것 같다. 오늘은 다행히 모자란 것 없이 잘 와서 모두 편안하게 잘 먹었다. 12:20부터 손 씻고 배식 준비하고 식사를 하면 보통 12:50면 정리까지 다 마친다. 물론 음식을 더 받아와 먹는 날이면 좀 더 늦게 1시까지 걸리기도 한다. 음식이 조금 모자라면 옆 교실에서 얻어오고, 많이 모자라면 식당에 그 통을 들고 가서 받아온다. 나물이나 만든 음식이라면 식당에 여유가 있지만, 오늘 조각케이크 같은 건 인원수대로만 사는 거라 더 먹고 싶다는 아이들이 있지만 말려야 한다. 오늘 초콜릿 케이크는 진짜 맛있긴 했다. 초코시트에 아주 부드럽고 작은 조각 초콜릿들이 얹어진~ 정말 촉촉하고 맛있는 케이크이었다. 난 로션을 모두 발라주고 가장 늦게 받아서 먹으니 제일 늦게까지 먹는 편이다.
그런데 갑자기 급식차 쪽에 여자 아이들이 모여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쳐다봤다. 우리 반 회장과 여자 아이들 두 명인가가 있었다. 그 아이들이 수저와 젓가락을 놓는 통 앞에 서 있다가 급식을 다 먹고 내는 아이들이 급식판을 지그재그로 잘 놓을 때 한번, 그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똑바로 한 방향으로 잘 놓으면 잘했다고 그때마다 박수를 치는 거였다. 한두 번 그러고 말겠지 했는데, 정말 마지막 한 명이 다 먹을 때까지도 그랬다.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그 많은 아이들 속으로 식판과 수저를 들고 걸어가는 아이는 귀를 막으며 외쳤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꺄~”“와~”하며 정말 하이소프라노의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정말 난리가 났습니다.”“딴 딴따딴~”“왜 그래, 왜 그래~”“오~ 어~”“마지막이야 마지막~” 총 23명 중 나중에는 9명이나 그 급식차 앞에서 박수부대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난 그 구심점을 파악했다. 회장이었다. 회장인 아이가 가끔 “집합~”이라고 조용히 외치면 아이들은 구름 떼처럼 모여들어 손뼉 치기 시작한다. 회장의 카리스마로 인해, 그리고 아이들의 좋은 분위기로 인해 아주 시끌벅적한 점심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확인한다. 교실에서 정말 사소한 것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아이들이 마음먹는 것에 따라 교실은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난 내일 물어보고 싶다. “왜 그런 거야?”하고 말이다. 오늘은 그저 계속 웃으면서 보기만 했다. 아이들이 다 먹고 정리할 때마다 일어난 박수소동 사진과 영상도 찍었다. 이건 분명 명장면 중에 명장면이 될 거라는 촉이 왔기 때문이다.
일 년 190일 학교에 와서 밥을 먹는 아이들인데, 오늘은 더욱 특별한 점심시간이었다. 정말 궁금하다. 대략 파악한 건 식판과 수저를 바르게 놓는 걸 격려하는 것인데, 정말 이유가 그거였을까? 오늘은 아이들이 너무도 급히들 가느라 내일 꼭 물어봐야겠다. 다음날 아침 회장에게 물었다. "**야 어제 왜 그렇게 서서 박수를 쳤던 거야?""아 그게요, 저희가 3월에 급식당번 할 때 아이들이 식판을 지그재그로 잘 놓지 않고, 수저도 뒤죽박죽 놔서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4월 급식당번은 좀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요. 아이들이 식판을 잘 놓고, 수저도 똑바로 놓으면 박수를 치기로 했어요." 난 가끔 이렇게 하얗고 깨끗한 마음으로 번뜩이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경탄을 한다. 그리고 좋은 에너지를 얻는다. 그래 내가 이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거지. 힘을 낸다. 좋은 교실은 좋은 아이들이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