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의 첫 만남
3월 셋째 주 수요일은 보통 초등학교 학부모총회가 있다. 그리고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주변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학부모총회를 하며 다자녀 가정을 배려하는 문화가 있다. 오늘 나는 딸 고등학교 학부모총회와 일정이 완전히 겹쳐서 가지 못해서 무척 아쉽다.
보통 학부모총회는 학교장의 인사로 시작해서 여러 연수, 우리 학교는 15개의 학부모 연수(연수물 24쪽 분량)를 한다.
학부모 총회 시 연수)
1. 청탁금지법
2. 공익신고보호
3. 불법찬조금
4. 2025학년도 학사일정
5. 학교장 허가 교외 체험학습
6. 석천초등학교 출결 관리
7. 교육활동 보호 예방
8. 학업중단 숙려제
9. 석천초등학교 학교교육과정
10. 선행교육 금지
11.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 예방
12. 개인정보보호교육
13. 정보통신윤리교육
14. 학교폭력 예방교육
15. 장애학생 인권보호를 위한 통합교육 및 학교폭력(성폭력) 예방 교육
가끔은 연수 종류가 너무 많아서 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대상으로 의무 연수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 그게 계속 누적되기만 하는 것이라, 당연한 이야기라도 공식적 연수를 해야 하는 이 시간은 무척 지루하기도 하다. 학부모로서는 현재,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대한 소개가 더 길었으면 하는데, 생생한 안내를 들었으면 하는데, 학교 입장에서는 모처럼 학부모들이 오는 학부모총회날 모~든 연수를 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의무 연수들이 좀 점검되고,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학부모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단일 후보가 나오면 그 사람으로 결정되고, 여러 후보가 나오면 투표를 거친다. 하지만 입후보 과정에서 후보가 추려지는데, 총회 하루 전까지도 후보가 많아서 투표 준비를 하다가 저녁에야 한 명이 사퇴하면서 학부모총회 당일에는 단독 후보로 학부모회장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전체 연수가 마치면, 학부모님들은 자녀의 교실로 가서 담임선생님의 학급소개를 듣고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여러 학부모회 조직의 학급대표를 선출한다. 보통은 학급대표라고 부르는 학습보람교사, 녹색보람교사, 독서보람교사, 안전보람교사, 급식검수요원 5가지를 선출한다. 사전에 안내장으로 희망을 받기도 하지만, 당일에야 모든 게 확정되곤 한다. 우리 반도 그랬다. 우리 반 학생수는 23명이고, 오늘 총회에 들른 학부모는 모두 5명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너무 많이 줄었다. 보통 1, 2학년은 부모님이 두 분 다 오셔서 학생 수보다 더 많이 오기도 했는데, 올해는 통계표를 보니 학생수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4학년이긴 하지만, 너무나도 적은 학부모 참석자 수에 안타깝기도 했다. 요즘은 부모님들이 너무도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전에 나간 안내장에 여러 직책을 이미 신청해 주신 분들이었다. 오신 분들을 대상으로 우리 반에서 중시하는 독서와 글쓰기를 안내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일파티, 일기 쓰기, 학년말 문집 만들기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5명의 학부모가 모두 동생 교실에도 가봐야 한다고 하셔서 많이 준비했던 PPT를 초스피드로 설명하여 8분 만에 마쳤다. 4월에 학부모상담 기간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하시면서 가셨다. 여러 학부모회 조직을 그래도 다 맡아 주셔서 한시름 놓았다. 일단 학급대표가 없는 반도 있었기 때문에, 맡아 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다.
학부모회가 법제화되면서 학교는 더 어려워졌다. 교육부는 자주적인 학부모회를 기대하며 법제화하고 공식화했지만, 실제 내가 아는 학교들에서는 후보 신청 마지막 날까지도 학부모회장 후보가 나오지 않아 담당교사가 이리저리 연락을 해야 하고…. 억지로 억지로 그 법제화된 학부모회를 구성하려고 애써야 하는 이 현실이 법 취지에 맞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우리 반 학부모님들께 짧지만, 내가 추구하는 학급에 대해 설명하고, 가정의 협조가 필요한 일들-생일파티 때 작은 선물 준비하기, 일기 쓰기 독려하기 등-을 밝혀서 도움을 청했다. 참석한 5명 외 18명은 이미 학부모총회 위임장을 제출했기 때문에, 모인 분들과 소통해서 결정하면 결정되는 구조이다. 위임장을 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내신 게 맞는지 모르겠다. 3월 19일이라는 날짜, 아이들을 만난 지 겨우 12일이 지난 때이다. 아이들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수학 익힘 풀고 검사받은 것과 발령 이후 계속 만들어온 문집 10여 권, 그리고 예전 생일파티 하던 사진 등을 보여드리면서 내가 추구하는 학급 운영을 설명했다. 다행히 적극적인 한 분이 호응을 잘해주셔서 그동안 내가 하던 활동들을 모두 하기로 결정했다.
2시에 강당에서 시작했던 학부모총회는 각 반에서 4시 넘어 마쳤다. 교사들은 어제 강당에 가서 의자를 일일이 놓았고, 오늘은 마치고 그 의자들을 다 치웠다. 4월이면 학부모 상담을 해야 하고, 5월에는 공개수업을 해야 하고…. 학교의 일정은 끝이 없다. 휴 하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 저녁이다. 그동안 교실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PPT를 준비하고, 복장을 신경 쓰고~ 경력 많은 나도 긴장했던 하루였다.
학부모님과 만나는 첫날이기에 소중하면서도, 의무적인 연수와 일정들이 많아 아쉬운 날이기도 하다. 학부모님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퇴근즈음 아는 선생님 반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를 토닥이고, 지지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쳤다. 오늘은 푹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