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 학부모 상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다 상담하세요

by 화원

쌀쌀한 아침, ‘남편네 학교는 지난주에 학부모상담 한다고 학교에서 담임선생님들에게 과자랑 음료를 이쁜 쇼핑백에 담아주었던데 우리 학교는 그것도 없네.’ 생각하며 속으로 투덜투덜하고 출근했다. ‘수업하고 오후에 학부모상담까지 하는 이 일주일이 얼마나 힘든지 누가 아는 걸까?’ 8시간 계속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건 해 본 사람만 아는 거다. 교사 평균 수명이 보통 사람들보다 10년은 짧은 70세라던데,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진이 빠져서 그런 건 아닐까 혼자 추측해 본다.


상담하기 전 미리 준비할 것들은 이렇다. 먼저, 상담 2주 전부터는 학부모들에게 상담일정을 안내하고, 가능한 상담시간을 받아 조정하고 확정해서 안내한다. 이렇게 미리 안내해야 특히나 방문상담 오는 분의 경우에는 직장 등 일정을 조정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이 보통 학부모상담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들어서 알고 있다. 나도 학부모였고, 동네 엄마들에게 숱하게 들은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분들은 "언니, 1학기엔 선생님들이 아이 겨우 한 달 보고 뭘 아시겠어요. 그렇죠? 상담 안 가려고요. 2학기에나 가면 되죠. 그리고 상담 가면 선생님들이 힘들어서 싫어하시지 않아요?" 그리고 나이 있는 분들은 "초등학교 때 뭐 중요한 게 있겠어. 학교에 왜 가. 중3이나 고3 진로상담할 때나 가지." 하지만 선생님들은 한 달이 뭔가, 일주일만 되어도 아이를 파악할 수 있다. 초등학교부터 쌓이는 부모의 관심과 상담으로 아이는 숱하게 나아지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그걸 간과한다. 나도 일을 하지만, 아이의 공개수업이나 학교 상담은 가능한 모두 참석해 왔다. 학부모회 임원을 하지 않으신다면 보통의 학부모가 학교에 갈 수 있는 건 그 두 가지뿐이다. 공개수업과 상담. 공개수업을 가보면 선생님보다도 내 아이의 수업태도나 교우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서는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일정이 정해지고 상담주간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모두 가고 난 뒤, 교실 앞쪽에 학생 책상 2개를 맞대어 놓고 자리를 준비한다. 전엔 테이블보도 깔았었지만 작년 1년 짐을 학교 한쪽에 보관했다가 거의 절반이나 분실되면서 없어져 버려서 이번엔 못 깔았다. 그리고 커피포트에는 물을 끓이고 종이컵과 티백, 커피를 몇 개를 준비한다. 교실 밖 뒷문 쪽에는 다음 오는 분을 위해 기다리며 앉을 의자를 놓고 안내문을 붙여두었다. ‘학부모님께, 지금은 상담 중입니다. 잠시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보통 학부모님들이 가방을 들고 오시니까 의자를 2개 놓으면 더 좋긴 하다. 그리고 학생상담을 위해 그동안 준비하고 보아 온 서류 5가지를 상담하는 아이 번호가 맨 위에 오도록 놓는다. 기초조사서, 자아존중감 검사지, 선생님께 알려드리는 나의 이야기, 문장완성검사, 덕목 다짐문 이렇게 5가지이다.


6교시를 마치고 14:30, 마지막 남은 한 아이에게 말했다. “아, 여기 **가 청소해야 하는데 안 하고 그냥 갔네. 내일 다시 하라고 해야겠다.” “네 선생님, 걔가 안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허리 숙여 쓰레기통 주변을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밖에서 첫 번째 상담 온 학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으셨다. “아 ** 어머니세요? 들어오세요.” 그 아이는 가고, 학부모님이 들어오셨다.

단정하게 차려입으셨고 내가 좋아하는 향수가 함께 들어온다. 공부도 잘하고, 책임감이 있는 아이라 큰 걱정은 없다. 그래서 여러 칭찬을 한다. 그런데 아침마다 인사를 하는데 뭔가 어색하다는 말을 하니 “**가 어른한테 인사하는 걸 어려워해요.”라고 하신다. 어른을 어려워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아이의 공책마다 어머니의 네임펜 글씨로 ‘*학년 *반 ***’라고 적혀있는데, 이제 아이가 컸으니 그런 어머니의 흔적을 줄여주시길 당부했다. 그리고 아이가 뭔가 집에 두고 간 것을 일부러 학교까지 가져와 주시는 것도 줄여주시길 당부했다. “어머니가 도와주셔서 **이는 오류가 하나도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죠. 하지만, 이제 4학년이니 어머니의 개입을 줄여주셔야 자기 주도성이 길러질 것 같아요.”“네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자꾸 가져다주네요. 고쳐야지요." 상담을 하기 전에 학부모에게 꼭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두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대화에만 집중하다 보면 중요한 전달을 놓친다. 메신저로 할 수도 있지만, 특히나 조언의 경우엔 대면 시 전달해야 가장 오해가 적다.


두 번째는 전화 상담이다. 조용하고, 첫날부터 마스크를 계속 끼던 아이였다. 다행히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라고 은근히 종용한 결과 4월부터는 마스크를 잘 벗고 있다. 내성적인 아이지만 할 말은 하는 아이였고, 책이 재미가 없대서 그 위주로 상담을 했다. “한글을 읽게 되는 나이더라도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시는 것, 서점이나 도서관에 자주 가는 것이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했더니 서점에는 같이 가봤는데 책은 안 보고 아이돌 앨범에만 관심을 가지더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제는 도서관에 가봐야겠다고 하셨다. 마치고 가신 후 아는 분에게 좋은 책을 추천받아서 알려드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천당’ 시리즈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리디아의 정원’을 소파에 같이 앉아 읽어주시길 추천드렸다. 몇 년 전에 혼자 읽고는 눈물이 났던 ‘리디아의 정원’이다. 좋은 책은 쉼과 힐링을 준다. 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며 기대한다.


오늘 마지막은 방문상담이다. 다시 커피포트 물을 끓이고 적당히 따뜻하게 따라서 드렸다. “저도 걸어서 출근하는데 보면 **이가 매일 여동생 손잡고 등교하더라고요.”“네 저희가 맞벌이다 보니까 동생 잘 챙겨 가라고 했어요.”“부탁한다고 해서 모두 다 그렇게 잘하지는 않아요. **니까 그런 거예요.”“아, 그런가요?” 공부도 잘하고, 성실하고, 친구들에게 친절한 아이라서 칭찬밖에 할 게 없다. “아까 **랑 상담할 때 그랬어요. 우리 반 아이들이 다 너 같으면 좋겠다고요.” 하지만 이 아이에게 한 가지 보이는 것은 발표나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어서 그걸 말씀드렸다. “꽃으로 치면 이제 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집에서 아이 많이 칭찬해 주세요.”라고 했다. “어머니, 할리우드 액션~ 넣어서 좀 칭찬해 주세요.”“아, 아...” 그렇게 많이 못했다고 하시면서 앞으로는 그러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남매니까 서로 원하는 게 다를 텐데 가족모두의 여행도 좋지만, 아이 각각이랑 부모님 한 분이랑 씩 짝지어서 데이트하시는 걸 추천드렸다. “**는 축구를 좋아하니까 축구경기를 보거나 축구용품 사는 데이트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고 식당이나 카페 가면 혼자만의 얘기를 잘할 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선생님, 너무 전문가 같으세요.”“그럼요, 전문가죠. 제 아이 두 명도 키웠고, 벌써 경력이 20년도 넘었답니다.”“어머, 선생님 너무 어려 보이셨는데~. 지난번에 ‘자성예언’ 종이 주신 것도 그렇고, 알림장 쓰시는 글에서도 감동을 받곤 했어요. 이것저것 너무 신경을 많이 써주고 계신 걸 느껴요.” ‘아, 이렇게 학부모상담을 하다가 갑자기 칭찬샤워를 받네.’ “그렇게 알아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저도 제가 아는 걸 다 하려고 하다 보니 바쁜데, 어머니가 알아주시니 너무 기쁘네요.” 그렇게 나의 작은 조언을 어머니가 놀랄 만큼 깊이 새기면서 들으시고, 또 나의 학급경영을 칭찬해 주시니 너무 반가운 상담이었다. 교사들도 칭찬이 필요하다.


그리고 올해는 여러 이유로 학교에서 내보내는 안내문에 ‘학부모 상담 내용’까지 제한하는 안내가 들어가 있었다. 상담은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상담 시 수많은 변수들이 일어나기에 교사 측을 보호하는 입장의 것들이다. 최근 교사들이 힘든 시기라서 이런 안내, 보호조차 없다면 앞으로 상담주간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 담임교사와 학부모님의 상담은 사전에 목적, 일시, 방법 등이 합의된 경우에만 실시될 수 있습니다.

* 담임교사와 학부모님의 상담의 범위는 담임교사의 직무 범위 영역(담당 학급의 학생과 관련된 수업 및 학생 지도와 관련된 영역)으로 한정합니다.

* 담임교사의 상담은 교사의 근무시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 담임교사의 직무범위를 넘어선 상담은 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수업 및 학생 지도와 관련된 영역이 아니면 모두 상담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 다음의 예시들은 상담 범위에서 제외됩니다.

-학부모님 간의 갈등 중재, 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

-다른 학부모에 대한 지도를 요청하는 상담

-학급 학생이 아닌 학부모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하교 후 학교 밖에서 활동 중인 학생의 소재 파악을 요구하기 위한 상담

-의료기관이나 전문상담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상담 등

** 교육부가 정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10조의 내용 범위 안에서 성심성의껏 상담에 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상담을 통해 비타민을 먹은 듯 힘이 나서 퇴근길은 가벼웠다. 어제부터 시작한 학부모상담, 어제는 8명이었는데 오늘은 그나마 4명이라 다행이었다. 한 분당 겨우 15분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가정과 학교는 서로 소통할 때 오해 없이 협력할 수 있다. 올해는 23명 되는 가정 모두 “되도록 모두 참여하시고 되도록 방문상담하세요.”라고 했었고, 다행히 모두 상담을 신청해 주셨다. 체력적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학년초에 대면이든 전화든 이렇게 가정과의 소통을 나누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힘들면서도 보람 있는 학부모상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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