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 어버이날

어른들에게도 응원이 필요해

by 화원

아이들에겐 지난주에 미리 말했었다. “5월 7일에는 바로 다음날 어버이날을 위한 걸 만들고 카네이션도 만들 거예요.” 하지만 한 아이는 이내 “아 선생님 저 미리 부모님께 드리는 상장하고 쿠폰 만들고 드렸어요.”라고 한다. 어디선가 미리 샀다고 했다. “아 선생님이 오늘 만든다고 했는데 못 들었구나.” 오늘 시간표는 자율 2시간과 국어, 수학이다. 4교시인 날 뭔가 해야 하는 게 생기면 너무 바쁘다. 그래도 어버이날 하루 전, 또 비밀스럽게 미션을 준비해야 한다. 해마다 좀 다르긴 한데, 올해는 진심을 담은 상장과 쿠폰을 드리는 것으로 정했다. 일단 아이들은 부모님께 드릴 상장 제목과 상장에 들어갈 좀 구체적인 내용을 정한다. 일단 아이들이 상 이름은 잘 정해 온다. 하지만 상의 내용으로는 상 이름과 상관없이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매일 밥을 주셔서, 사랑해 주셔서...’을 넣어온다. 그래서 다시 말한다. “대부분의 집 부모님들이 하시는 거 말고, 여러분 부모님이 특별히 해주시는 걸 기억하고 적어보세요.” 이렇게 두세 번은 되돌려 보내면서 겨우 상장 제목과 문구를 정했다. 그렇게 지도해도 이 설명조차 이해를 못 하는 아이들은 있다. 아이들이니까.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두 번만 설명하자.'라고 혼자 생각한다. 일단 어버이날을 준비하는 아이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어버이날을 즐겁게 준비하고, 드렸을 때 행복한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게 나의 목표다.


-최고의 부모님 상/제가 친구와 싸워서 상처받았을 때 저를 안아주셨기 때문에

-따뜻한 마음 상/제가 학원에서 기분이 상해서 마음이 아플 때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시고 방에 들어오셔서 따뜻하게 안아주셨기 때문에

-사랑 상/저를 11년 동안 실수할 때마다 “괜찮아.”라고 격려해 주실 때 저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살아가기 때문에

-저를 위해 최선을 다하신 상/항상 밝게 웃어주시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주시고,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주셔서 여행을 함께 가거나 재미있는 체험을 해주셨기 때문에

-행복 상/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제육볶음 덕분에 행복하고 아빠가 나와 자전거를 탈 때 행복하기 때문에

-저를 감싸주시고 아껴주신 상/저를 키워주시느라 열심히 챙겨주시고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을 대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마지막으로 저를 감싸주시고 아껴주셨고, 매일 저를 차로 학교를 데려다주시고 픽업해 주셨기 때문에

-토닥토닥 상/ 제가 친구와 싸웠을 때 따듯한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으며 저를 다독여주셨기 때문에

-우주 최고 사랑상/매일 저를 아끼면서 사랑해 주고 시간을 내주셔서 놀아주시고, 밥 해주시고, 우주 최고로 멋지기 때문에

-칭찬 상/항상 저에게 ‘이번에 실뜨기 진짜 잘했어.’ 같이 소소한 것에도 칭찬을 해주시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기 때문에

-매일 사랑 상/저를 항상 사랑해 주시고 고운 마음으로 키워주셨기 때문에

-사랑 상/ 제가 아플 때 병원을 데려가 주셨기 때문에

-가족 사랑상/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시고 빵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사주시고 가족을 위해 대화도 진심으로 해주셨기 때문에

-맛있는 밥상/저에게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해주셨기 때문에

-바르게 알려주는 상/ 빨래를 밝은 곳에 놓아야 하는데 어두운 곳에 제가 놓았을 때 바르게 알려주셨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부모님 상/제가 원하는 음식만(파스타, 우동, 초밥) 만들어 주시고, 공부를 많이 줄여 주시고, 제가 원하는 걸 동의하려고 노력하셨기 때문에

-매일 웃음 상/매일 아침부터 저를 웃으면서 말씀해 주시고 기분이 나빠도 웃으면서 말씀해 주셔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친절상/ 항상 감싸주시고 제가 잘못했을 때 “그럴 땐 이렇게 해야 해.”라고 친절하게 저를 대해주셨고 감싸주셨기 때문에

-어른스러운 상/ 저에게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는 행동을 가르쳐 주시고 제가 슬플 때 항상 위로해 주셨기 때문에

세계최고상/ 매일 시간 내서 공기 하며 놀아주시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워주셨기 때문에

집의 놀이상/ 어린이날에 같이 자전거를 타주신 것과 실뜨기 등등 많은 것을 같이 해주신 것 때문에

사랑상/ 우리 가족을 사랑해서 힘든데도 가게에서 돈을 벌고 마트에서 음식이나 생활용품을 사주시기 때문에


그래서 겨우 통과받은 문구를 아주 정성 들여서 쓴다. 일단 연필로 써서 검사받은 후, 통과가 되면 네임펜으로 진하게 겹쳐서 쓴다. “10칸 공책에 쓰듯이 정성 들여 써야 해요.” 이 상장 만들기만 1시간이 걸린다. 휴.

그리고 쉬는 시간을 지나서 두 번째 시간에는 빨간 색종이 1/4 크기로 미니 카네이션을 만들어서 상장 한쪽 여백 자리에 붙인다. 꽃은 간단한 것으로 했다. 상장에 시간을 많이 들여서 꽃은 어려운 걸 할 수가 없다. 제한된 시간 안에 할 수 있도록, 어버이날 선물세트를 잘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아이들이 설거지쿠폰, 라면쿠폰, 구두쿠폰, 방청소쿠폰, 노래쿠폰, 심부름쿠폰, 뽀뽀쿠폰, 안마쿠폰, 소원쿠폰 이렇게 9개를 잘라서 가져오면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카드링을 끼워간다. 다만 라면 끓이기는 집에서 하지 말라는 집이 있어서 그런 아이들에게는 그 쿠폰을 빼도록 했다. “선생님, 부모님이 구두를 안 신으시는데요?”“그럼 신발장 청소라도 하면 되지.”라고 아이들끼리 묻고 답한다. 아이들끼리의 답은 선생님에게 듣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배우는 좋은 기회다.


그렇게 겨우겨우 어버이날 미션을 마치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드리라고 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꼭 안아 드리라고 했다. 내일 이 미션에 대한 각 가정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아이들은 내일 아침 폭포처럼 이 상장 전달식을 쏟아놓을 것이다. 내일 아침이 기대가 된다.


예상대로 오늘 아침에는 어버이날을 위해 준비한 상장과 쿠폰을 잘 드렸는지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못 드렸다는 사람이 총 8명이었고, 오늘 저녁에 드리라고 하고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기뻐하지는 않으셨지만 ‘고맙다’고 하셨어요.

-잘했다고 하셨어요.

-‘그건 필요 없고 말만 잘 들어라.’ 하셨어요.

-‘글씨 잘 썼어요?’ 물으니까 별말씀이 없으셨어요.

-‘어머 감동이야.’라고 하셨어요.

-‘깜짝이야.’라고 하고 안아주셨어요.

-‘고맙다.’고 하시고 안아주셨어요.

-‘Thank you.’라고 하셨어요.

-‘쿠폰이 20개도 넘어서 많다.’고 하셨어요. 학원에서도 해서요.

-쿠폰이랑 상장을 같이 드렸는데 어제 아빠 생신이셨는데 쿠폰을 하나씩 넘겨 보면서 ‘엄마가 이제 집안일이 줄었네.’ 하셨어요.

(다음날 추가된 응답)

-웃으면서 안아주셨어요.

-웃으셨어요.

-웃으면서 안아주셨어요.

-놀라면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니 나이에 딱 맞는 선물이구나.”라고 하셨어요.

-"어 이게 뭐야?"하고 놀라셨어요.

-잘했다고 하셨어요.

-“와 이게 뭐야?”라고 하시고 쿠폰 잘 써야겠다고 하셨어요.


학교에서 2시간 동안 준비한 건 참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이다. 하지만, 가정마다의 반응은 너무나 달랐고, 부모님이 화가 나신 상황에선 필요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얘들아 우리가 정성껏 만들었는데, 혹시 부모님이 화가 많이 나셨다 하면 일단은 그 순간은 지나고 좀 편하실 때 드려야겠다. 기쁘게 준비했는데 오히려 속상한 친구들이 있었네. 그래도 잘했어요. 여러분이 한 건 누구보다 선생님이 잘 알아요.” 그리고 어버이날 준비와 전달까지 모두 마친 후 생각했다. 보통 학원에서는 어버이날 이벤트를 아주 정성껏 준비한다. 나도 아이를 기르면서 받아 본 어버이날 학원 선물을 생각해 보면 최신가요가 가득 담긴 CD, 자른 미역, ‘부모님께 드리는 상장’, 학원에서 찍은 아이 사진 등이었다. 그리고 받았을 때, ‘이 학원 정말 장사 잘하네. 계속 보내야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버이날 이벤트는 학원이 정말 잘 준비한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반에서 준비한 상장과 쿠폰을 다음에는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원과 많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편지 쓰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지 내용을 좀 더 잘 살펴서 말이다. 이벤트가 아닌 진심 전하기로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아들이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저녁을 시켜주어 맛있는 파스타를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새우 로제 파스타와 마늘빵, 그리고 킹스베리 딸기는 너무도 맛있었다. ‘내가 차리는 거 아니면 다 맛있지.’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어버이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들에게 어버이날을 챙겨 받았다. 괜찮은 하루였다.

누군가의 사랑과 응원이 필요한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응원이 필요하다. 어버이날, 이건 최소한일 뿐이다.

학부모님들, 너무나 기다렸다가 낳은 아이라고 해도 기르다보면 많이 힘드시죠?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너무나도 소중한 일입니다. 잘하고 있으십니다. 힘들 때마다 오늘 어버이날의 추억들-아이의 꼬깃꼬깃한 쪽지와 선물들, 칭잔받고 싶어하는 아이의 눈망울-을 기억하면서 다시 힘을 내주세요. 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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