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 삼겹살과 상추쌈

따라쟁이 아이들

by 화원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가방도 내리지 않은 채, 오늘 점심 메뉴를 보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는 줄줄 읊기 시작한다. “잡곡밥, 된장국, 삼겹살 채소구이, 배추김치, 사과, 상추, 쌈장~!” 그 모습을 보면 웃음부터 난다. 그리고 그 아이들 덕분에 점심 메뉴 정보도 얻게 된다.


그리고 급식 시간 전에는 매일 급식실에서 메시지가 온다.


1. 사과는 1개씩입니다.

2. 상추가 커서 4~6학년은 2장씩입니다.

3. 삼겹살 알맞게 배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점심되세요~^^~


보통 그렇다. 어제는 갈떡갈떡(갈비와 떡을 번갈아 끼운 꼬치)을 1명당 1개씩 나눠주라고 하는 등, 음식의 개수가 정해진 경우엔 미리 알려주신다. 3~4학년은 1개, 5~6학년은 2개, 이런 식으로 학년별 개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 메시지를 못 읽은 날에는 대혼란이 일어난다. 너무 많이 주면 모자라고, 너무 조금 주면 음식이 너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식 전에 꼭 이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침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삼겹살 메뉴. 고기가 든 통을 보니 아이들이 고기만 먹을까 봐 파프리카 등 여러 야채를 같이 구워서 섞어 주셨다. 초등학교 급식 메뉴를 보면, 항상 ‘아이들이 싫어하는 식재료를 어떻게 몰래, 그리고 작게 넣어서 먹도록 할까?’ 하는 영양교사분의 고심과 노력이 엿보인다. 그걸 알 때 참 재미있기도 하고 감사하다.


아이들은 따라쟁이다. 오늘 나온 상추는 손바닥 2개만큼 꽤 크고 씹으면 아삭아삭 소리가 나면서 매우 신선했다. 나는 야채를 좋아하기도 하고, 오늘따라 더 맛있기도 하여 2장씩 여러 번 더 가져다 먹었다. 그러자 한 여자아이가 내 뒤따라 상추를 가져가면서 말한다. “나도 오늘은 염소가 돼야지.” 그렇게 너도 나도 상추를 더 가져다가 먹는다. 그때 다른 남자아이가 말했다. “염소는 운동화를 좋아한대.” 아이들의 대화란 늘 엉뚱하지만, 그래도 상추를 가져다 먹으면서 염소가 돼야겠다는 아이의 말이나, 염소는 운동화를 좋아한다는 말이나 재밌기만 하다. 나는 교실에서 듣는 아이들의 말이 참 재미있다. 물론 교실엔 소리 지르는 아이들도 있고, 쉬는 시간이면 소음도 많고, 나쁜 말도 많이 오가서 지도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가끔 이 청량하고도 웃긴 아이다운 말 덕분에 난 이 교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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