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쟁이 아이들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가방도 내리지 않은 채, 오늘 점심 메뉴를 보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는 줄줄 읊기 시작한다. “잡곡밥, 된장국, 삼겹살 채소구이, 배추김치, 사과, 상추, 쌈장~!” 그 모습을 보면 웃음부터 난다. 그리고 그 아이들 덕분에 점심 메뉴 정보도 얻게 된다.
그리고 급식 시간 전에는 매일 급식실에서 메시지가 온다.
1. 사과는 1개씩입니다.
2. 상추가 커서 4~6학년은 2장씩입니다.
3. 삼겹살 알맞게 배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점심되세요~^^~
보통 그렇다. 어제는 갈떡갈떡(갈비와 떡을 번갈아 끼운 꼬치)을 1명당 1개씩 나눠주라고 하는 등, 음식의 개수가 정해진 경우엔 미리 알려주신다. 3~4학년은 1개, 5~6학년은 2개, 이런 식으로 학년별 개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 메시지를 못 읽은 날에는 대혼란이 일어난다. 너무 많이 주면 모자라고, 너무 조금 주면 음식이 너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식 전에 꼭 이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침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삼겹살 메뉴. 고기가 든 통을 보니 아이들이 고기만 먹을까 봐 파프리카 등 여러 야채를 같이 구워서 섞어 주셨다. 초등학교 급식 메뉴를 보면, 항상 ‘아이들이 싫어하는 식재료를 어떻게 몰래, 그리고 작게 넣어서 먹도록 할까?’ 하는 영양교사분의 고심과 노력이 엿보인다. 그걸 알 때 참 재미있기도 하고 감사하다.
아이들은 따라쟁이다. 오늘 나온 상추는 손바닥 2개만큼 꽤 크고 씹으면 아삭아삭 소리가 나면서 매우 신선했다. 나는 야채를 좋아하기도 하고, 오늘따라 더 맛있기도 하여 2장씩 여러 번 더 가져다 먹었다. 그러자 한 여자아이가 내 뒤따라 상추를 가져가면서 말한다. “나도 오늘은 염소가 돼야지.” 그렇게 너도 나도 상추를 더 가져다가 먹는다. 그때 다른 남자아이가 말했다. “염소는 운동화를 좋아한대.” 아이들의 대화란 늘 엉뚱하지만, 그래도 상추를 가져다 먹으면서 염소가 돼야겠다는 아이의 말이나, 염소는 운동화를 좋아한다는 말이나 재밌기만 하다. 나는 교실에서 듣는 아이들의 말이 참 재미있다. 물론 교실엔 소리 지르는 아이들도 있고, 쉬는 시간이면 소음도 많고, 나쁜 말도 많이 오가서 지도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가끔 이 청량하고도 웃긴 아이다운 말 덕분에 난 이 교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