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의 출발은 상대방을 성장시키려는 마음입니다.
“역사상 알려진 유일하고도 확실한 학습 방법은 피드백이다.”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경영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피드백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강하게 이야기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성찰도 일종의 자신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 대한 피드백에 한정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아왔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직장 상사나 동료, 친구 심지어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도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그중 어떤 피드백은 마음속 깊이 남아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어떤 경우는 그저 화를 돋울 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아주 간단합니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얼마나 깨어있는지와 개선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간절한가가 중요합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자주 성찰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작은 조언도 큰 울림이 됩니다. 간절하게 해결하거나 개선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상대의 태도에 상관없이 그 피드백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집중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의견이라도 비난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피드백을 하는 목적이 상대방의 성장을 위한 것이고, 그 마음이 상대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받는 사람에게 소중하게 다가갑니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떤 피드백도 그저 잔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칭찬도 듣기 싫어집니다. 상대방의 성장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조언은 받는 사람이 거부감을 갖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피드백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도 매우 중요합니다.
피드백은 상대방을 성장 시키려는 목적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피드백은 왜 할까요? 당연히 상대방이 발전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할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론적으로 그렇겠지만, 저는 피드백이 상대방의 성장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뤄지는 것을 많이 봐 왔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라고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에도 학생들을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나,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자신의 몫으로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들도 지치고 힘들면 본인들이 쉬기 위해 아이들의 행동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성장해서 개인과 조직에 더 큰 성과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업무를 좀 줄여보고, 자신의 성과를 높이고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의 행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면 좋습니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행동이 자신이 주는 피드백만큼 달라지지 않는다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이 피드백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입니다. 제 상사 한분이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치인불치 반기지” 다른 사람이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돌아보라는 맹자의 말씀입니다. 저는 주장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뜻을 잘 굽히지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제 의견이 맞는 것으로 확인이 되어도 다른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의견을 내고 주장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것이고 사심이 없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듣고 보기에는 불편했던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성장시키려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팀원들과 이야기할 때는 달랐습니다. 다른 조직들과의 회의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서 잘못된 것을 찾기도 했지만, 팀원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그들의 성장이 제 성장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 번도 구성원들에게 큰 소리를 낸 적이 없습니다. 때로는 시간에 쫓기고, 잘못된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지만, 스스로 생각할 질문과 시간을 줄 수 있었습니다. 서로가 원하는 수준의 성장을 이뤄내지는 못한 경우도 있지만, 구성원들에게서 일에 대한 주인의식과 열정은 언제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피드백을 하려고 한다면, 형식도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피드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동의라고 생각합니다. 피드백을 받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떤 이야기도 그저 듣기 싫은 잔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동의를 이끌어내는 시작은 사실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물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상사 입장에서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보고서 작성자에게 시간이 더 있다면, 어떤 부분을 보충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무엇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오가다 보면, 외부 문제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외부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거나, 상사가 해결해 보겠다고 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상사의 생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의가 된다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피드백을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전혀 감을 잡지 못하면, 상사가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큰 그림에서 이야기하고, 상대방에게 동의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피드백을 하기에 적절한 시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그 부분을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피드백의 대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피드백도 긍정적으로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동의를 끌어내려면, 언제나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각을 했다면, 지각을 한 것만 가지고 일단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지각이 주는 다른 영향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고 중에 자신이 상사에게 혼이 났다고 해서, 무작정 부하 직원들에게 화를 낸다면 아무도 자신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사가 지적한 부분을 상사와 자신의 감정을 빼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신이 상사에게 직원들과 세운 일정 계획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면, 왜 상사는 더 빠른 일정 내에 그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구성원들에게 전달하고 다시 일정 계획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스스로가 상사의 생각에 동의가 안된다면, 구성원들에게 일정을 다시 짜자고 이야기하기 전에 상사와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왜 더 빨리 마무리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나 희생해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그 답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야 제대로 된 일정이 나옵니다. 상사에게서 적절한 답을 얻지 못했다면, 나도 그 부분이 궁금한데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시작하기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경우에 감정이나 추정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코칭 공부를 하면서 사실과 생각을 구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지각이 잦은 사람은 게으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각이 잦은 것은 사실이지만, 게으르다는 것은 생각입니다. 왜 지각을 했는지를 알기 전에는 말입니다. 지각을 예로 든다면, 왜 지각을 했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늦잠을 잤을 수도 있지만, 갑작스런 사고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늦잠을 잤다고 해도, 한번 더 왜 늦잠을 잔 것 같은지 물어봐야 합니다. 과음을 했을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에 불면증이 있을 수도 있고, 업무를 늦게까지 하느라 잠자리에 늦게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답변에 따라 피드백 내용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제가 지시한 일과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어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물어보면 다들 이유가 있었습니다. 더 높은 분이 다르게 지시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가 안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게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는 제가 지시한 내용을 실행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각각의 경우 피드백은 당연히 달랐습니다. 윗사람의 지시가 있었다면, 그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고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제 지시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실행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다시 한번 지시하고 제반 환경을 점검했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는 논쟁을 하기도 했지만, 본인 생각대로 먼저 해보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시간을 더 걸리기도 했지만, 정확한 의사소통과 방향 설정이 가능했습니다.
피드백이라고 하면 질책을 먼저 생각하고, 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칭찬도 꼭 필요한 피드백입니다. 칭찬도 사실을 기반으로 상대방이 동의하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경우에 더 긍정적인 효과가 따라옵니다. 고생했어, 수고했어, 덕분이야. 모두 직원들이 상사에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이지만, 그 이유가 함께 언급되어야만 행동의 유지와 발전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보고서에 대한 칭찬이라도 보고서 요약을 하느라 수고했다고 하는 것과 오탈자를 찾아 고치느라 고생했다는 것과 상사의 지시에 딱 맞는 내용을 찾아서 고맙다는 것은 다른 느낌을 줄 것입니다. 칭찬도 이유를 전달되어야 합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은 항상 간직해야 합니다. 그 기본이 존중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존댓말을 하는 것만이 존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존중의 기준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내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존중은 어렵습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역할이 다른 것이지 인간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피드백에서 존중을 보여주는 기본은 말투와 피드백의 때와 장소입니다.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존중을 표현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저는 무시하는 말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뿐 아니라 표정과 행동도 존중의 마음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짜증 난 표정으로 지나가면서 “그래, 수고했다.”라고 말을 한다면 그 말이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존중하는 마음은 피드백 순간에만 만들 수는 없습니다. 평소에 짧은 대화와 만남에서 쌓아와야 합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지만, 공든 탑을 쌓는 것은 꾸준함과 진실함이 필요합니다.
때와 장소도 고려해야 합니다. 칭찬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모두가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들리거나, 그 사람을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라면 공개적으로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하면 오히려 사람마다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고, 당사자가 그 사실이 공유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내 방으로 오세요.“라는 말로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따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 상여금과 같이 큰 보상이 따르는 칭찬은 결국은 알게 되더라도 최대한 비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포상이라도 조직을 대상으로 한다면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때를 정할 때는 저와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했습니다. 칭찬이던 지적이던 그 순간에 바로 하는 것이 좋다고도 하지만, 지금 서로가 편안한지 아니면 아주 바쁜 가운데 있는지에 따라 같이 이야기도 다르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감정이 사실을 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와 상대방이 편안하고, 분초를 다투는 일이 아니라면, 업무가 한창 바쁠 때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을 때로 시간을 정했습니다. 그래야 시간에 쫓겨서 충분한 피드백을 못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있어야 마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 분기에 한번 정기 면담 시간에도 큰 그림의 피드백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매 순간순간 적절한 피드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드백을 구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눈빛만 보면 알지‘는 없습니다. 의견을 주고받고, 필요한 것을 수정하는 것은 항상 이뤄져야 합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길을 갈 때 교통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최적의 경로를 안내받으면서 얼마나 편해졌습니까? 지도를 놓고, 출발 전에 갈 길을 정하고 그대로 가던 예전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길을 찾아가는 것도 그런데, 자신의 삶이나 회사 일도 순간순간 피드백을 받고 최적의 길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칭찬할 일이 생기면, 수정할 것을 발견하면, 그때가 피드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