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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시키는 거울, 성찰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by 맘가는대로

모든 사람은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나은 사람이기를 희망합니다. 아무도 내일 오늘보다 더 부족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식과 경험을 얻고자 합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현재의 내가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성찰이라고 합니다.


리더가 된 후에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지속적으로 360도 리더십 진단을 했습니다. 한 명의 리더를 놓고,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이 평가를 했습니다. 평가라고 하니, 좀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소통방법, 의사결정 및 실행, 부하육성 및 자기 계발 등 다양한 질문을 하고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답을 받았습니다. 평가가 가까이 오면, 몇몇 리더들의 태도가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던 사람이 갑자기 존댓말을 쓰기도 하고, 자기 의견만 주장하던 사람이 듣는 척하기도 합니다. 평가 결과가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다고 해서 진단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360도 진단 결과가 나오면, 많은 리더들, 특히 초임 리더들 중에는 실망을 넘어 좌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마저도 구성원들의 평가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 행동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개선을 하고자 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를 부정하고 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특정 구성원의 극단적인 의견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평가자를 색출하러 다니는 사람도 봤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무시하고 하던 대로 계속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 사람과 조직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다음 진단에서 다른 결과를 마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단점을 듣기는 참 어렵습니다.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아는 것은 자신의 성장에 너무나 소중한 기회인데 그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360도 진단이 제게는 매우 소중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저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그 사실을 아는 것이 구성원들과 생각을 맞춰가는 시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것과 같습니다. 거울이 없는 경우를 상상해 보십시오. 거울 없이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리기 참 어렵습니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옷은 단정하게 입었는지, 머리가 엉클어지지는 않았는지 거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편한 곳이 있다면 고칩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외모가 아닌 언행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 필요한 것입니다.


제게 360도 평가는 정말 좋은 거울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결과가 나오면 실망을 먼저 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실망에서 빠져나오면, 저를 한번 돌아보고 구성원들과 평가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진단에 담지 못한 제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부족하게 나온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전달하고,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함께 있어서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으면, 제가 했으면 하는 것을 논의해 달라고 하고 자리를 비우기도 했습니다. 제안된 내용들을 다시 논의하면서 우선순위를 정했습니다. 꼭 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는 그렇게 하겠다는 자신이 없어서 약속을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대신했습니다. 360도 진단은 리더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업이나 회사의 상황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좋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공유하고 개선을 약속한 덕분에 결과와 상관없이 구성원들의 저에 대한 이해는 높아졌습니다.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동시에 그 의견이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제게 전달되고, 고민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시간이 지나며 이해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무기명 진단이 아니라도 저를 찾아와 제가 부족한 점을 직접 이야기해 주는 구성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조금씩 구성원들과 가까워지고,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활용한 또 다른 거울은 상사의 생각입니다. 저는 적어도 일 년에 한두 번은 상사가 저를 부르지 않아도 찾아가서 제 평가를 부탁했습니다. 이런 저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360도 진단과 같이 객관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제게 바라는 점을 여쭙기도 했지만, 무언가 불편한 마음이 제게 올라오면 상사를 찾아갔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다소 직설적으로 제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제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시는지, 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지 여쭈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진지하게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제 열정에 대한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그 열정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것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덕분에 완벽하지는 않아도 지금 수준까지 개선이 될 수 있었습니다. 상사에게서 받은 직접적은 피드백은 개선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피드백에 대한 개선의 정도가 다음번 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저 스스로에게 개선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지만, 상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저를 한번 더 관찰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도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이나 동료들도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상사의 잘못을 직접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친한 동료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엮여있는 경우에는 솔직해지기 어렵습니다. 이야기하더라도 최대한 순화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순화된 이야기라도 작은 의견이 나온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무시되거나 비판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조금씩 더 무거운 주제가 다뤄질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듣고 입으로 고맙다고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따라와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의견이 따라옵니다. 소통의 기술과 장시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신뢰가 정말 중요합니다.


열린 마음과 신뢰,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지 못하면 편향된 의견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긍정적인 이야기만 내게 들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해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무조건 바꿔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무엇을 바꿀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할 이유도 전혀 없지만,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거울을 보지 않는 것은 더 말이 안 됩니다.


우리는 완벽하지도 않고, 완벽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비춰볼 거울이 필요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울이 필요합니다. 빨간색 옷을 파란색으로 보여주지도 않고, 헝클어진 머리는 헝클어진 채로 보여주는 거울이 필요합니다. 그다음은 자신의 몫입니다. 거울을 보고도 옷차림이 단정하게 하지 않는다면,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편견을 씌워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길을 운전할 때는 누구나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서 운전하지만, 아는 길을 가는 경우에는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기도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성찰은 자신의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조직과 사회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내가 더 많이 알고, 내가 더 잘한다는 생각 위에서는 성찰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자신만이 알겠지만,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는 한발 옆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내가 고치고 싶은 것만을 고쳐서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보이고, 다시 한번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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