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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Aug 06. 2024

주인이 되어야 생기는 주인의식

지금 나의 선택이 모여 내 삶이 만들어진다.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나라 임제선사가 한 말입니다. 또한 과거 제 상사 중에 한 분이 자주 하시던 말이기도 합니다. 어느 곳에 가던지 주인이 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도 일을 하다 보면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합니다. 그만큼 주인과 손님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주인의 마음으로 생각하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후배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라고 하면 돌아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주인이 아닌데요. “ 이 말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집니다. 그런데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주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결정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권한은 없고 책임만 부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진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있습니다.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주인처럼 일합니다. 일을 시키기 전에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나 훌륭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이 음료에 대한 이해하기 어려운 불만을 제기하며 환불을 요구합니다. 그런 일이 처음이어서 손해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환불을 거절하여야 할지, 아니면 손님과 가게의 명성을 생각해서 다소 부당하지만 환불을 해주어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장님이 계셨다면 물어보았겠지만, 그날은 혼자 가게에 있는 날이어서 고민을 하다 환불을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사장님은 화를 내시며, 한번 환불을 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다시는 환불해주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이번에는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이유로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이 생겼습니다. 이 종업원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환불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제가 팀장이 되기 전의 일입니다. 해외출장을 가서 예비 고객에게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나름 그 지역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여서 꼭 납품을 성공시키고 싶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마치고, 고객은 저희에게 오늘 발표한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했습니다. 순간 저는 제공하는 것이 맞는지 제공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권한이 없으니 팀장에게 물어보고 다시 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고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의 자료들을 꺼내 보여주면서, 그 자료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제품을 사겠다고 결정할 수 있냐면서 짜증을 냈습니다. 기술 부문을 대표해서 출장을 간 것이지만, 자료를 바로 주겠다고 하지 못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입사하여 직급은 높았지만,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과 미팅을 한 경험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짧은 시간 회사를 사내에서도 자료를 주고받는 것을 사람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날 저녁 팀장님의 승인을 받고 자료를 제공해 주고 일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귀국 후 팀장님이 저를 불러서 그때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었을 때 팀장님은 간단하지만,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회사를 대표해서 갔으면, 제가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제가 결정을 해도 진행하기 전에 꼭 상사의 승인을 받아야만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 그일 이후에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업무결정권의 범위 내에서는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업무에 따른 결정권이 업무 경중에 따라 나뉘어 있었지만, 불문율처럼 상위자에게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에 부담이 없어졌습니다. 이후에는 가끔은 상사가 그걸 제가 결정하면 어떡하냐고 질책을 하기도 했지만, 제 업무 범위라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제게 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제 일의 주인이 된 것입니다.


주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없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한 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더 많이 경험했다면 수동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만큼 주인의식을 인정해 주는 것이 구성원들을 주도적으로 일하게 만듭니다.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회사와 공동체를 위한 것이고, 그 순간 최선을 다한 결정이었다면 존중되어야 합니다. 육성을 하는 방법은 그 일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옆에서 보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너무나 다릅니다. 결정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의 결정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그 순간 자신은 어떻게 결정했을까를 비교하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직접 결정을 하고 자기 앞으로 그 책임을 가져와야만 결정이 주는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패와 성공과 상관없이 스스로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한 지지를 받은 경험이 그 순간 그 일의 주인이 되게 합니다. 만일 자신의 팀에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팀장으로서 팀원들의 결정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반면 모든 사람이 주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삶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자기 삶의 주인은 자신입니다. 삶은 순간순간 선택이 더해져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누가 선택을 대신하고, 누군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랐더라도, 그 삶은 누군가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입니다. 어느 순간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어느 순간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선택의 방법을 배우는 동안,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도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성인이 되었다면 반드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입니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봅니다. 지금 선택과 행동이 미래의 자신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지금은 뒤로 물러나고, 스스로 선택하지 않아도 나중에는 리더가 되고, 더 큰 일을 맡으면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겠지만, 주인이 아니었다가 주인이 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회사 일도 자신의 삶의 일부입니다. 어쩌면 일부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사용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수처작주의 의미입니다.


자신이 주인으로 살던 수동적으로 살던 상관없이 그 선택들이 모여서 자신의 삶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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