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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가는대로 Jul 23. 2024

휴식, 선택이 아닌 필수

멈춰야 보이는 것이 있다.

우리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에 참 익숙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뭐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가 잠잘 때 경쟁자는 뛰고 있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고3 시절에는 4당 5락,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고3 시절을 생각해 보면 다들 쉰다는 것이 마치 죄악인 것처럼 이야기했었습니다. 그 순간만 지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식으로 지금은 쉴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금 들어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서울에서 부산에 가야 한다고 가정을 해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가시나요?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아마도 비행기를 타는 것이겠지요? 공항을 오가는 것을 생각하면 KTX가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버스로 가는 방법도 있고, 운전을 하고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당일에 갈 수는 없지만, 자전거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는 걸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 더 맞겠지요. 가는 방법에 따라 걸리는 비용도 다르고, 시간도 다릅니다. 뿐만 아니라, 가는 길에 대한 경험도 달라집니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만 가치를 둔다면, 가는 길에 대한 경험에 가치를 두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을 간다고 가정을 바꿔보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차로 갈 수도 있고, 지하철로 갈 수도 있고, 이 정도라면 걸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걸어간다면, 가는 길의 풍경을 느낄 수 있고, 어떤 가게들이 위치해 있는지도 새롭게 알게 될 것입니다. 항상 차로 다니던 길을 걸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천천히 가야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과정이 경험이 됩니다.


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들던 톱날이 점점 무뎌지면 나무를 자르는데 더 많은 힘이 들어갑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당연히 톱을 바꾸거나, 톱날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톱날을 세우는 시간이 아깝다고 더 힘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시 동안은 힘이 더 들고, 시간도 더 들어가겠지만, 나무를 자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멈춰야만 하는 때가 되는 것입니다. 그때마저 멈춰서 톱날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리 힘과 시간을 더 써도 나무를 자를 수가 없습니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도 정기 점검을 하는 때가 있습니다. 장비에 따라서, 상황이나 운영 역량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1주일에 한번, 한 달에 한번, 계절에 한번 세워서 점검을 합니다. 소모품도 갈아주고 윤활유도 넣어줍니다. 석유화학 공장의 경우 몇 년에 한 번 한 달씩 세우고 공장을 점검하기도 합니다. 너무 물건이 잘 팔려서 정기 점검을 미루기도 하지만, 여기에도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제대로 정비를 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에게나 휴식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50분 수업을 하고 10분 쉬는 것처럼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루를 마치면 숙면을 취해야 다음날을 개운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5일을 열심히 일하고, 주말을 푹 쉬면서 다시 한 주간을 달릴 에너지를 채우곤 합니다. 여름휴가를 가기도 하고, 장기 휴가를 얻어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너무나 중요하고 급한 일이 있으면 하루 이틀 밤을 새워야 하고, 야간 근무를 하고, 주말도 반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어쩌다 한번, 너무나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합니다. 자동차 엔진오일을 조금 늦게 교환한다고 해서 바로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엔진오일을 교환하지 않으면 자동차가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망가지는 것처럼 사람도 하루 이틀 밤을 새우고, 한두 달 주말을 반납한다고 쓰러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이러한 일이 계속되면 누구도 정상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가 소진되면 재충전이 반드시 필요한데, 가끔은 이것을 의지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열정의 문제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열정과 의지는 일하는 동안에 발휘하는 것이지 휴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전략이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역량입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일수록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합니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요구하게 됩니다. 번아웃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재충전 방법이 있습니다. 만일 어떻게 소모한 에너지를 재충전하는지 모른다면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십시오. 이제까지 힘이 다 빠지면 어떻게 했었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잠을 잤는지, 친구를 만났는지, 혼자 영화를 보러 갔는지, 골방으로 들어갔는지, 여행을 갔었는지 말입니다. 분명히 의식하지는 못했었도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방법만 다른 것이 아니라 필요한 시간도 다릅니다. 그러나 에너지가 샘솟는 사람은 없습니다. 재충전 방법이 단순하고 시간이 빨라서 에너지가 항상 차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재충전 방법을 알고 있으면, 완전히 에너지가 소진되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완전히 에너지가 떨어진 것이 아니면 혼자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에너지를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에너지가 바닥이 나면, 에너지 사용을 멈춰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만 다시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50분 수업에 10분 쉬는 시간처럼 무조건 얼마마다 휴식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휴식은 자신을 최고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졸음운전을 멈추는 방법은 잠시라도 눈을 붙이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자신만의 재충전 방법을 꼭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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