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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로 May 26. 2024

환각

실제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사물이나 사건을 인식하는 경험

새벽 3시, 아직 새벽공기가 상쾌한 시간에 경찰관분들이 오셨다. 


죽을 궁리를 하며 휘갈기듯 올린 글을 보고 누군가가 신고버튼을 눌렀고, 이 분들은 신고를 따라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신 거였다. 당황스럽고 누가 신고했는지 당장 찾아내고 싶었지만 내가 안정될 수 있도록 달래시면서 같이 이야기도 나눠주시고 힘내라고 으쌰으쌰 해주셔서 감사했다. 한참 뒤에 소방서 분들도 오셨는데, 젊고 앞날 창창한데 왜 죽으려고 하냐며 나를 나무라셨다. 내 앞날이 창창한 지 어떻게 아는 거지?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잔소리를 엄청나게 하셨다. 듣고 있자니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강제입원 시켜야 한다는 말에는 고개를 좌우로 계속 저었다.


사실 제대로 말씀드리진 않았는데 죽을 궁리만 한 게 아니라 실행에 옮겼다. 이런 거 올리면 제제당하나?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솔직한 내 이야기를 써야지) 아무튼 내가 자주 검색하고 또 글을 적는 '불완전 목맴'을 실행해 보자 하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이것도 조증 때문인 거 같다. 근거 없이 지금이라면 세상을 떠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데 죽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은 했지만, 이게 정말 내 마음에서 비롯된 건지 순간의 충동인 지를 분간하는데 오래 걸렸다. 결론은 아무렴 어때~가 되었지만...


안 쓰는 충전기 선을 들고 아는 대로 끈을 묶었다. 그리고 방문에 고정하고 목을 들이밀었다. 끈을 줄이자 얼굴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기절하면 죽는 건가? 죽는 거 쉽네' 같은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얼굴이 아파올 때쯤 문고리에 묶어둔 끈이 풀렸다. '사람 쉽게 죽지 않네' 생각을 정정했다. 그리고 불완전 목맴으로 돌아가신 분들은 얼마나 삶에 미련이 없길래 발이 땅에 닿이는 곳에서도 죽는 건지 궁금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기절하면 어쩔 도리가 없겠구나 알게 되었다.




실행에 옮겨진 행동은 그냥 주변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날 이후로 계속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어서 피부를 때리게 되었지만, 자꾸 아빠가 울던 소리와 화내던 소리가 섞여 들린다거나. 내가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미친 사람이 된 거 같아서 조금 속상했지만 뭐 제정신인 적은 없었으니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물론 벌레 기어 다니는 느낌은 못 참겠다. 계속 긁게 돼


내가 스스로 죽으려는 시도를 했다고 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긴 함)그리고 이 서툰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도 전한다. 죽으려고 시도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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