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정신과 약을 먹는다. 당연히 우울증이라 생각해 무슨 약을 먹는지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처방전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F21부터 F23까지 질병코드가 적혀있는 걸 알게 됐는데,. 인터넷에 검사해 보니 각각 조현형 성격장애, 지속적 망상장애, 급성 및 일과성 정신병장애 총 세 가지의 질병코드였다.
뉴스에서 약을 챙겨 먹지 않는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시건을 자극적으로 다루니 우리 사회에서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순 있나? 싶어졌다. 사실 나만 봐도, 절대 내 일이 되리라 상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초조했다. 인터넷에 여러 단어를 검색해보았지. 조현‘성’ 성격장애와 조현’ 형‘ 성격장애 중 후자가 더 조현병에 취약하다는 결과만 얻게 되었다. 열심히 찾은 보람이 없었다.
물론 약을 꾸준히 먹으면 괜찮을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 두려웠다. 환시와 환청, 환촉을 이미 느끼고 있었고, 시시덕거리는 사람들이 혹시 나를 두고 속닥거리는 게 아닐까? 내 옷이 이상한가?’ 생각하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나는 모든 사람이 속으로 그런 걱정을 하는 줄 달았다).
증상들을 꼼꼼히 적어 의사 선생님께 진료받으러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병명을 제대로 알고 나니 나아질 수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약을 끊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시도하지 않을 생각도 함께.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내 피부에 벌레가 기는 거 같고, 가끔 헛것을 보기도 한다. (현실인지 망상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인형이 분명 손을 흔들었는데 나에게만 현실이라니. 세상과 멀어지는 거 같았다. 하도 세상을 회피하다 보니 내가 나의 내면에 빠진 거 같았다.
마음정리를 한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걱정과 놀람을 이유로 남자친구를 만날 때까지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숨기면 안 될 거 같아 병명과 상태에 대해 빠짐없이 이야기해 주었는데,
“약 잘 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조금은 용기를 얻었던 것도 같다.
남 일이라고만 생각하던 조현증상이 내게도 찾아왔다. 16~30세 사이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얼추 시기가 맞는 거 같다 생각했다. 나는 아빠도 조현병이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아픔들이 내 동생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아파도 내가 아프지 동생이 아팠으면 더 마음이 찢어졌을 거다.
두렵지만 글을 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꿈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나의 꿈을 잃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