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도나무 Oct 07. 2023

성장해 온 시간에 감사하는 경영지원 전문가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 4호-외식업계 이고은 차장


Operation Support , 마치 수술을 잘 진행하듯이 회사가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분야인 경영지원 부서의 역할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외식업계 Operation 분야 전문가, 이고은 차장님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ㅇ 안녕하세요, 차장님! 10년 근속 축하드립니다!


> 네, 작가님. 반갑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러고 보니 지난 7월로 벌써 입사 10년이 되었네요.


ㅇ 네, 오늘의 만남이 차장님께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시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오늘은 황톳길을 걸으면서 인터뷰를 진행할까 합니다. 첫 번째로 여쭤보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지난 10년 동안 현 직장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셨는가 하는 건데요, 어떠신가요?


> 지난 10년을 돌아보니 우선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배우고 성장한 부분들…
무엇보다 입사 후, 새로운 것들을 정말 많이 시도하고 성취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합니다.

황톳길 인터뷰에 함께한 가을 낙엽

ㅇ 그러시군요. 그럼 하나씩 들어볼까요.

우선,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라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 아마도 각 국내 지점에  맞춤형 POS (Point of sales)를 보급할 수 있었다는 것이겠죠.

미국 본사의 시스템에 맞추어져 있던 POS 시스템을 국내에 동일하게 도입할 수는 없었기에, 이를 새롭게 론칭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도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 이후에 빠르게 성장한 (코로나의 영향도 있고) 배달앱과 온라인 주문 시장이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지요. 설령 아무도 기억해 주지 못할지라도, 현재 성장의 기반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ㅇ 당시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셨을 때의 기분은 어떠셨나요?


> 아, 사실은 꽤 덤덤했어요. (미소) 처음 맡아본 상당히 길고 큰 프로젝트였고, 협력업체 심사와 선정부터 시작해서 시작과 끝을 도맡아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었죠. 진행 중에는 끝나면 ‘완성이다!’ 싶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완료되었을 때는 엄청난 희열이나 성취감이 느껴졌다기보다는 ‘아, 잘 마무리되었구나.’라는 다소 담담한 마음이었습니다.


ㅇ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했던 일이, 현재의 변화한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네요.

그럼, 회사에서의 성과 외에,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으실까요?


> 정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익혔다는 점이요! 제가 경영지원을 맡고 있는 역할 특성상, 대외적으로는 협력 업체, 가맹점주, 고객분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필요했어요. 내부적으로도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이다 보니) 타 부서, 미국의 본사(headquarter), 아시아-태평양 허브 관계자들과 함께 논의해야 할 일이 많았죠.


와, 듣기만 해도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처음 가는 길이 힘이 들 때, 스스로 방법을 찾곤 했어요

> 네, 그러다 보니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터득하는 법도 배웠죠.


예를 들면 어떤 것일까요?


> 고객상담을 예로 든다면, 처음에는 고객님들의 가맹점이나 메뉴 등에 대한 불만등이 접수되었을 때, 잔뜩 화가 난 채로 본사까지 전화하신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지요. 하지만, 어느샌가 제가 대화 중에 그분들이 하신 말씀을 정리하고 반영해드리고 있더군요.  "네, 고객님. 그러니까 A매장에서 이러저러한 일이 있으셔서 많이 불편하셨다는 것이죠?" 라면서요.

나중에 이러한 부분들이 실제 상담에서 사용되는 기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바로 ‘거울반응(mirroring)’, ‘요약', ‘재진술'이라고 불리는 방법 들이죠.


> 전문용어로 정리해 주시니 좋네요! 그러면서 제가 알게 된 것은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떠나서, 어떤 사안이든지 반드시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했죠.


음, 옳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기에 앞서, 현상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셨다는 것 자체가 참 의미 있네요. ‘성숙함'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 네,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실패의 경험도 바탕이 되었고, 무엇보다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이를 탓하지 않는 회사의 문화가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물어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회사 문화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으셨다는 말씀이네요. 그러고 보니 항상 다른 직원분들을 칭찬하시는 차장님의 모습도 이러한 회사 문화의 영향이 있으셨구나 싶기도 합니다.


> 그렇죠, 팀원에게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때로 선을 긋는 것, 기다리는 것이 업무에 있어 중요함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칭찬 관련해서는 얼마 전에 있었던 워크숍이 생각나네요. 서로를 칭찬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울먹울먹…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서로를 신뢰하고 필요할 때는 업무를 위임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  맞아요. 신뢰와 위임. 저는 그간의 경력도 있고 좀 섬세하고 디테일한 편이라서, 예를 들면, 팀원이 보내준 홍보 관련 서류를 보면서 ‘아, 이렇게 하면 좀 더 프로젝트 분위기와 잘 맞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필수적인 것이 아닐 때는 굳이 제가 일일이 피드백하기보다 담당자에게 믿고 맡기는 법을 연습하고 있답니다. 그동안 업무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더라도 ‘일이 풀리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죠.

성숙함이란 같은 방향을 다른 방법으로 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도 일을 풀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여유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 맞습니다. 앞으로 제가 더 성장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


지금까지, 10년 동안 외식업계에서 근무하시면서 성장하신 부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입사할 때 즈음로 한 번 돌아가 볼까요?

미국에서 CIA (Culinery Institute of America) 요리학교와 셰프 경력을 뒤로하고 귀국하셨을 때, 아쉬움이 많으셨다고요.


> 그때의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계시네요!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아쉬워했던 것에 대해, 오히려 스스로에게 미안하답니다.


당시에는 저 나름대로 '요리=현장에서의 요리'라고만 다소 좁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요리가 좋아서 유학을 갔던 부분이 있고. 그래서, 셰프로서 현장에 끝까지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실패의 기억처럼 남았었어요. 막상 동기들은 이미 외식업계에서, 또는 호텔리어로, 아니면 부처링(Butchering) 분야 전문가로 다양하게 일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요리 스킬 부분에 있어서도, 몇 년 동안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한 경력도 있고, 또 CIA에 다닐 때는 오믈렛 만들기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은 모자라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오믈렛 만들기 대회라니, 흥미롭네요!


> 네, 조식 (breakfast) 음식을 만드는 클래스에서 오믈렛을 가장 잘 만든 학생으로 뽑혀서 학교에 내방한 요리 프로그램 관련 셰프에게 직접 오믈렛을 만들어  준 경험이 있지요. 당시에 유명했던 TV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출연 요리사였죠. (웃음) 

맛있는 아침 한상을 차려내기 위한 노력, 그 시간을 기억합니다

어느 날인가는 뉴욕에서 일했던 레스토랑의 셰프에게 “언젠가 네가 나보다 더 나은 셰프가 될 거야”라는 격려를 듣기도 했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요리 현장의 빠른 템포(tempo)에 따라 저의 템퍼(temper)가 오가는 부분이나 지적인 욕구에 대한 갈증이 저를 계속 힘들게 했었죠.


음! 현장에서의 시간압박이랄까.. 빠른 분위기라는 것이 뭔지 알 것 같네요.

혹시 ‘더 베어(The Bear)‘라는 미국 드라마 보신 적이 있을까요? 정말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주방의 템포와 그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끓어오르는 수프처럼 변하는 템퍼를 보거든요.


 > 더 베어는 아직 본 적 없지만, 꼭 보고 싶네요, 하하!


지적인 욕구에 대한 갈망은 퇴근 후의 트렌드 연구라든지, 네트워킹을 통해서도 해소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 그러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부분이 아쉬워요. 그때는 길을 잘 모르기도 했고, 어리기도 해서 어떻게 해야 요리 현장에 남아 있으면서 제가 원하는 부분을 함께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경우는 요리와 관련된 회사에서 사무업무를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선택했어요.


그러셨군요. 직업 선택에 있어서,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죠. 그렇다면,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본다면 어떤 꿈이랄까, 바람을 가지고 계신가요?


> '요리'를 저의 진로로 택한 이후,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니,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았어요. 요리, 주방경험, 외국계 회사에서의 행정, 결제 시스템 구축, 매장운영 관리, 교육, 매뉴얼 제작 등등.. 이 모든 부분의 지식과 경험을 융합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곤 합니다.


꽃의 아름다움처럼 잘 전달되는 교육자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잘 이해시킬 수 있는 (교육) 자료를 제작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아요. 전달하는 내용을 어떻게 풀어낼까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저의 과제이기도 하죠. 그리고,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다 보니, 영어가 업무에 필수인지라 언어 실력도 더 쌓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걸어오셨던 것처럼 잘하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 네, 새로운 것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한 걸음씩 계속 걸어보려 합니다.

오래도록 지나온 길과 경험이 있더라도

새로운 시도와 경험들에 대한 두려운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우리 모두가 내딛는 또 한 걸음을, 작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최종병기 활'의 명대사로 격려하면서 이번 글을 마칩니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통계학이 높여준 내 마음의 해상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