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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나무 Jan 02. 2024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는 번역 전문가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 5호-Jane Choi 번역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에 방영될 때, 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다르지 않은 우영우의 자기소개 영문번역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똑같은 의미를 다른 언어로 전달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장. 이번 인터뷰에서는 국경을 넘어, 언어를 넘어 정서와 정보를 연결하는 번역가의 세계에 대해 알아봅니다.


ㅇ 번역가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비가 오네요. 오시는 길은 괜찮으셨나요? 작업하시느라 노트북도 가져오셨는데.


> 네, 생각보다 많이 내리지는 않아서요. 조금 일찍 도착해서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진척되지는 않았네요.^^


ㅇ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 잡지사에서 일하실 때 처음 뵈었죠. 그리고, 일전에는 방송국 영상번역 작업을 병행하고 계셨는데, 요즘에는 어떤 작업을 주로 하고 계신가요?


> 요즘에는 산업 번역을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기업 문서라든가 웹사이트, 게임, 기술 관련 자료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ㅇ그러시군요. 영어에서 한국어로, 다양한 매체와 형태의 번역 작업을 하고 계시네요. 그럼, 번역가로서의 생활,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실 때 어떠신가요?


> 그러고 보니 어느새 10년이 되었네요. 저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으로 영한대역 잡지사에서 번역과 편집 일을 했고  이후 출판사 편집자로도 일했는데, 그곳에서  뭐가 됐든 텍스트를 다루는 일은 적성에 맞았어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에게는 직장 생활보다 프리랜서로서 지내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 보다 나은 선택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래서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위해 더 잘 맞는 길을 선택해서 걸어왔습니다

ㅇ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위해 보다 나은 선택을 하셨군요. 지난 시간을 함께하며 번역가님의 여러 가지 번역활동 이야기를 듣는 것도 참 유익했습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산업 번역의 경우에… 보통 번역하면 문학작품들을 떠올리는 것이 좀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만..?


> 그렇죠. 일반적으로 번역하면 출판 번역이나 영상 번역을 떠올리시는데, 실제로 산업기술 번역도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용하시는 화장품이나 전자 제품 등을 구입하시면, 여러 나라 말로 된 사용 설명서가 있죠? 그렇게 사용 설명서를 번역하는 것도 산업 번역에 해당한답니다.


ㅇ 오, 그러고 보니 일상생활에 ‘번역’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참 많군요. 새로운 발견입니다.^^ 이처럼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쓰이는 산업번역 작업의 특징도 궁금한데요, 특히 이 분야를 직업으로서 탐색하는 분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


> 산업 번역에 본격적으로 입문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일단 언어만큼이나 해당 산업 분야에 관한 지식이 중요하고요, 다음으로  CAT Tool(캣툴)을 다루셔야 합니다. 


CAT Tool이요? 흔히 말하는 기계 번역과 비슷한 개념인가요?


> CAT Tool은 Computer Aided Translation Tool의 약자로 번역 보조 소프트웨어를 말하는데요,  흔히 아시는 Google 번역 등의 기계 번역과는 다릅니다. 기계 번역은 주로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컴퓨터가 주체가 되어 번역을 수행하는 것이고, CAT Tool은 사람이 주체가 되어 수행하는 번역을 컴퓨터가 보조합니다.


ㅇ 아, 얼마 전에 번역가 모집 공고에서 CAT Tool을 사용을 우대 사항에 언급한 것을 본 것이 생각나네요.


> 네, CAT Tool의 핵심 기능은 번역가의 작업 내용을 TM(Translation Memory)에 저장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다음, 이후 반복되는 단어, 문구, 문장에 기존 번역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며, 양적으로 방대한 작업에서 손쉽게 용어를 통일할 수 있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CAT Tool이 있고, 저는 산업 번역을 시작할 때 할인 가격 약 500달러로 가장 대표적인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업무를 위한 기본 작업 환경을 갖춘 것이지요.


네,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 덕분에 산업번역에 쓰이는 CAT Tool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기계 번역이라는 것의 품질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번역가들 사이에 입지가 좁아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그 부분에 대해 제가 현업자로서 느끼는 것은, 아직까지 산업 번역의 수요가 매우 많으나 기계 번역은 이미 번역 시장의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분야에 따라서는 완성도가 매우 높은 번역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여전히 오류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많은 번역가는 일반 번역과 함께 MTPE(Machine Translation Post Editing)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압니다. 이는 의뢰자가 기계 번역을 적용한 후에 번역가에게 후처리를 맡기는 것이며, 일반 번역에 비해 단가는 낮은 편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미래의 직업세계, 두려워 하기보다 어느 분야에서든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 사실 앞으로 AI가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하고 소설도 쓴다고 할 만큼, 꼭 산업 번역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직업 세계는 예측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일례로 MTPE 작업의 생산성이 오르면서 오히려 수입이 늘어난 번역가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한편, 어느 분야에서든 최선을 다한다면 미래의 다음 스텝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점(dot)이 된다고 믿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사실 이 시대 직업인이라면 대부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혹시 여러 번역 분야 가운데 좀 더 마음이 가는 주제랄까, 원문을 읽을 때 번역가로서의 업무적인 측면을 넘어서, 흥미를 느끼는.. 그러니까, 번역가님 타입이라고 여기는 내용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네, 저는 기업의 윤리 자료와 같은 내용을 번역할 때, ‘그럼,  회사 운영이란 바로 이래야지!’”라는 마음이 들고.. 번역할 때 보람을 느껴요. 얼마 전에, 갤럽의 '직업과 직무적합성 관련 강점 진단검사’를 해봤는데, 저에겐 ‘신념’이라는 테마가 중요한 상위에 위치해 있더군요. 아마도 그런 점이 제가 윤리적인 내용을 번역할 때의 성취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 싶네요.


ㅇ 아, 기술적인 번역 작업을 해내는 것뿐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동의하고 실현되기를 응원하는 내용, 콘텐츠를 번역할 때의 뿌듯함이 느껴지는군요. 번역가님의 직업에 대한 열정도 함께요. 그렇다면, ‘어느덧 10년 차’ 선배로서, 번역가 지망생들, 번역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어떻게 산업 번역의 세계에 입문하면 좋을지 실질적인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지요.


> 아시는 것처럼 저는 출판/영상 번역으로 먼저 번역에 입문했고, 지금 다루고 있는 산업 번역에 진출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 시작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요, 그때 알게 된 것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 잘 할 수 있는 번역부터 시작하기

> 우선 입문자 분께는 번역가로서 첫 의뢰를 받기까지 이력서 상에 경력 또는 실력의 근거를 보이는 것이 첫 관문일 것입니다. 여기서 번역 입문자가 어필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용어에 대한 친숙함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경력, 경우에 따라서는 취미까지도 적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이 취미여서 스스로 일정을 짜 몇십 개국이나 도시를 여행한 경험이 있다면 이는 관광 번역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전자 제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전자 제품 관련 번역시 어필할 수 있습니다.

번역 자체의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체나 기업의 무료 번역 봉사를 통해 경력을 쌓는 것도 추천합니다.


> 이력서에서 통과했다면 번역 샘플 테스트를 보게 됩니다. 실제로 적절한 실력을 갖췄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샘플 테스트까지 통과하면 ‘비밀 유지 계약서(NDA)’와 계약서를 작성하고 프리랜서로 등록되어,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보통 단어당 얼마(예: 5센트) 등으로 책정된 금액에 따라 비용을 지급받게 됩니다. 요금의 경우 협상에 의해 결정되며, 경력이 적을 때는 상대적으로 낮게 시작하여 점점 올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참고로 프리랜서 지원, 테스트, 등록을 비롯한 모든 과정은 이메일이나 번역 에이전시의 웹사이트를 통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이력서는 어떤 경로로 제출하여 테스트를 받아볼 수 있을까요?


> 제가 사용하는 곳으로 프로즈라는 세계 언어 전문가 커뮤니티가 있습니다.(https://www2.proz.com) 무료 및 유료 버전으로 이용 가능하고, 이곳에 번역가를 모집하고 번역을 의뢰하는 전 세계의 각종 번역 에이전시가 모여 있어요. 이곳에서 구인 게시물을 리서치하여 원하는 분야를 다루는 에이전시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간략한 자기소개, 출발어와 도착어, 희망 요금 등 핵심 정보를 담은 이메일에 이력서를 첨부하여 보내면 됩니다. 단, 거래하려는 업체는 프로즈 블루보드(https://www2.proz.com/blueboard )를 통해 번역 업체별 평점과 후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업체가 믿을만한 곳이 맞는지, 의뢰받은 번역 작업 완료 후 비용을 신속하게 입금해 주는지 등 여기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앞서 말씀드린 CAT Tool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Trados Studio는 가장 대표적인 툴이고, 30일간 무료 체험도 가능합니다.


MemoQ는  ‘게임 번역’에 많이 쓰이는 툴입니다.


 그 외 Phrase, Smartling, Smartcat 등 다양한 툴이 있고 번역 업체의 자체적 툴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사용 방법은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번역가님의 직업 경험담과 함께 입문자분들을 위한 실제적인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산업 번역을 통해 꾸준히 꼭 필요한 정보를 확산하고 사회에 기여하시길, 더욱 성장해 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작가님도 건강하세요!


AI가 미래에 대체할지도 모르는 직업에 번역가가 포함된다고들 합니다.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부분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그 언어에 맞추어 적합한 단어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번역하던 중에 기업 윤리를 말하는 부분에서 함께 박수를 보내며 유익한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요? 번역을 통해, 번역을 위해 어디선가 오늘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계시는 번역가님들을 응원하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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