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될 거야'라는 거짓말

by 시sy

"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

말은 고맙지만 아무 위로가 되지 않는다. 지금 내 상황을 모르면서 무슨 근거로 다 잘될 것이라고 확신하나? 무책임한 소리다. 걱정하지 말라니, 그러다 일이 더 잘못되면 어떻게 할 건가?


걱정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는 쉽지 않다. 같은 이유로 남들이 내 걱정을 덜어줄 방법도 마땅치 않다. 걱정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걱정 많은 것은 타고 난 성향이다. 불안과 공포를 담당하는 뇌의 편도체가 민감하다는 것인데 주로 태어날 때부터 그렇다. 신경계가 민감하면 작은 위험 신호에도 쉽게 반응하게 되고, 트라우마가 있었다면 걱정하는 성향은 더 강화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작은 실수에도 혼났던 경험이 많았거나 직장 생활에서 동료나 조직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경험을 했다면 걱정 없던 사람도 걱정이 많아질 수 있다.


걱정이 많다고 꼭 나쁘지만 않다. 그만큼 부정적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성향도 강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생존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걱정이 더 큰 걱정을 불러 악순환을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걱정하는 성격 덕에 위기를 방지할 수 있었다면 학습효과로 인해 더 자주 걱정하게 된다. 점점 작은 일도 걱정하고 대비하며, 객관적으로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닌데도 불안하고 초조해질 수 있다.

미치는 일이다. 걱정하는 성격 덕에 이만큼 사는 것 같은데 바로 그 성격 때문에 당신의 정신이 피로하고 숨이 막히며 삶이 싫어진다.


아,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웃기게도 나는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세상에 걱정이 있는 게 아니고 내 안에 걱정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 곁에 있는 사람의 걱정은 그의 마음 안에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고약한 놈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말한다면 예의상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는 있어도 상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진심을 담아 꼬옥 안아주면 다르겠지만.


그런데 '다 잘될 거야.'라는 위로의 말이 의외로 효과를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당신! 나 자신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긍정적 자기 암시는 뇌의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자기 통제력과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에 따라 자기 암시를 꾸준히 한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심박수와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졌고, 불안을 덜 느낀다.


더구나 '다 잘될 거야” 같은 긍정적 언어는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억제하고,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dopamine) 같은 행복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말이나 자기 비하는 편도체(amygdala)를 자극해 불안 반응을 강화시킨다.


가장 좋은 건, 뇌는 반복되는 사고 패턴에 따라 시냅스 연결이 강화되는 성질이 있어서 자주 긍정적인 말을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신경회로가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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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일상에서 스스로 긍정적 자기 암시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1.'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는 말을 수시로 반복한다. 단, 속으로 아주 작게 말할 것. 남들이 들으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신 아무리 많이 해도 손해 볼 건 없다.

2. 불안함이 몰려오면 눈을 슬쩍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4초간 들이마시고 4초간 숨을 멈추고 4초 이상 천천히 숨을 내뱉는다. 그러면서 나를 위로한다. 걱정 마. 다 잘될 거야.

3. 나를 믿는다. 걱정이 많은 나는 시키지 않아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알아서 대비하고 있다. 10분 전의 나, 1시간 전의 나, 어제의 나는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로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그리고 내일이 나 역시 알아서 잘할 것이다. 그러니 과거와 미래의 나를 믿고 맡겨라.

4. 그래도 걱정이 되면 시간을 정해 두자. 불안함이 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러니 타이머를 걸고 충분히 걱정하게 둔다. 그리고 시간이 끝나면 다른 일에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인간의 의식은 주의를 돌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5. 생각의 캐비닛을 만들어서 불안함을 보관하자. 이제 충분히 걱정했어. 너는 더 이상 걱정할 게 남아 있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 좀 치우자. 저리 가라!


나는 과거에 많은 걱정을 했고 그 이상 대비를 했으며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설사 일이 잘못 돼도 그것을 견딜 것이며 극복하고 또 나아갈 것이다.


이런 방법들이 믿어지지 않나? 믿지 마라. 그것도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자기 긍정과 암시의 효능을 믿기로 했다. 그것이 내 선택이다.

그러니,


"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

"오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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