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 이천원 남았는데?】
- 수고하셨습니다.
엄마가 엷게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식적이었다. 저런 엄마의 포즈를 나는 제일 싫어했다. 차라리 사무적이고 건조하게 말하는 게 더 인간다우니까. 엄마는 그걸 예의고 품위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위선이고 거짓이라고 보니까.
- 15만원입니다.
지갑을 흘끗 보던 엄마가 말했다.
- 딸, 현금 가진 거 있어?
- 어제 친구들 만나서 돈 다 쓰고 이천원 남았는데?
엄마 표정이 싸아해졌다. 괜히 나한테 난리야, 나는 속으로 말했다.
- 제가 가지고 있는 현금이 모자라는데 계좌입금하면 안될까요?
- 챠모님, 우리 같은 노가다를 부리면쳐 현금을 준비안하면 어쩝니까? 알만한 분이 왜그래요? 가는 길에 목욕도 해야 되고 속이 메스꺼워 뭐라도 먹어야 되는데...이 일이 얼마나 험한 일인데요... 그런 건 상식 아닙니까...상식이 없는 아줌마네.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럴 만 했다. 졸지에 상식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군소리 없이 말했다.
- 죄송합니다.
아저씨는 계좌번호를 불러주며 지금 바로 입금해 달라 했다.
- 농협이고요, 챠공챠 일공오
- 예?
- 챠공챠 일공오 팔구구륙칠챠 다시 오
- 잠시만요,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 번만...
- 챠공챠요 챠공챠, 거참 챠모님도... 말귀까지 못 알아들으시네. (계속)
**8화까지 이어지는 연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