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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 Feb 11. 2020

당신이 보낸 쪽지(5)-그의 소설, 오직 두 사람


아, 씨발

이라는 말이 김영하 소설 <오직 두 사람> 첫 장을 넘기며 튀어나왔다.

그리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숨을 가다듬고 책을 덮었다. 첫장부터 가슴이 뛰면 마지막장까지 책을 손에서 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일 오전까지 인터뷰 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이 소설을 지금 읽으면 안 된다.  

  

소설을 읽기 전 표지에 씌여진 김영하의 약력. 95년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이 소설책이 발간된 2017년까지의 화려한 약력. 국내 유수한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는.    

오늘 점심 식사 중에 강계장이 김영하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길래 빌려달라 했다.      


김영하. 그는 유명 소설가이고 나는 인터뷰 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 공무원이다.


엊그제 화이정 모임에서 집으로 가는 길 그녀가 말했다.


-어느 정도 해보면 자기 깜냥을 자기가 제일 잘 알잖나. 덜컥 그렇게 하면 어쩌겠다는 건지.    


이 말은 k를 두고 한 말이지만 정확히 내 가슴에 와서 박혔다. 간절히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매우 현실적이고 잔인한 말이다.     


몇 년전 허접한 공모에 당선된 내 글을 다시 읽으면서 꽤나 잘 썼다는 생각을 했다. 명주실보다도 더 가늘고 매끄럽다는 생각을 감히 했다. 내 문장이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아직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인터뷰 자료. 2020년에 집중 추진할 정책들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스마트쇼핑특구의 추진과정은,

도시재생사업은 어디까지 추진되었는지 등등

 

아, 씨발.

김영하는 나처럼 까칠한 독자가 단지 첫 페이지만을 읽고도 가슴을 뛰게 했다. 욕이 튀어나올만큼 잘 쓰는 놈이다.


그의 글은 악마처럼 나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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