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엄마가 42살 딸에게 약 주는 방법
매일 저녁 아이에게 약을 챙겨줍니다.
이런저런 약을 챙겨주고
이런저런 먹을 것을 챙겨주고
귀찮은 설거지를 하려는데 아이가 재촉합니다.
엄마도 약 먹어.
- 응. 이거 하고.
사실 저는 게으른 성격이라 영양제든 뭐든 챙겨 먹길 참 싫어합니다. 단 한 번도 약 한 통을 깔끔히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새 유통기간이 끝난 약은 남편이 보기 전에 재빨리 쓰레기통 깊이 들어갑니다.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넋 놓고 TV 볼 때 입안에 약 밀어 넣어주고 물 부어주는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하고 게으른 내가 생각합니다. 7살 딸은 내가 귀찮아 약을 안 먹는 걸 모르고 내가 약이 너무 써서 그런 줄 알고 약으로 요리를 만들어 옵니다.
치즈와 꿀로 장식한 한가운데 약을 넣어줍니다. 호텔급 데코레이션. 버리기 귀찮아 먹습니다.
다음날엔 아이가 아끼는 초코볼과 헷갈리게 영양제를 배치합니다. 뭐가 초코볼이고 뭐가 약인지 몰라서 먹습니다.
다음날엔 엄마가 좋아하는 버터빵 가운데 약을 넣어줍니다. 잘 넘어가라고 사과주스도 같이 줍니다. 빵만 먹기 미안해서 약을 먹습니다.
42살 나에게 7살 엄마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