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아 Oct 31. 2022

7살 엄마가 집 사준 이야기

7살 엄마가 사준 우리 집은 3층입니다.

집을 8월에 내놓았는데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늦어도 9월까진 팔릴 거라 생각했는데 11월이 되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요즘 우리 부부의 대화는 어떻게 집을 팔 것인가와 끝까지 안 팔리면 어쩔 것인가입니다. 그 사이 아이는 TV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그림 그리기를 합니다. 며칠 전에는 아이가 잠자리에서 문득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나 디즈니랜드 안 갈래.

왜? 내년 생일에 가기로 했잖아.

그냥 가기 싫어졌어. 난 집이 좋아.


7살 아이는 캐나다에 디즈니랜드가 있는 줄 알고 이 먼길을 따라왔습니다. 한국 가기 전에 꼭 데려가마 수없이 약속을 했고 반 친구들에게도 자랑을 여러 번 해왔습니다.


엄마, 우리 반에 디즈니랜드 가본 애가 없어!


그런 디즈니랜드를 갑자기 안 가겠다니요. 며칠 후 아이는 몇 시간을 투자해 멋진 그림을 선물합니다.


엄마, 이거 우리 집이야.

3층짜리 집인데 1층에는 아기방,

2층은 엄마아빠방, 엄마아빠방에는 냉장고도 있고 음식도 가득 있어.

3층엔 고양이방이 있어. 샤워실도 있어.

생긴 건 타운하우스인데 아파트와 콘도에만 살아봐서 cat condo입니다. 엄마 옷장에 옷도 잔뜩, 화장대에 화장품도 잔뜩 그려 넣어줬습니다.

오늘은 7살 엄마가 3층짜리 집을 사준 날입니다.

잘 간직해뒀다가 진짜 3층짜리 우리집이 생기면

이렇게 꾸며보면 어떨까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