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자판기에 들어간 김에 대하여
아이들과 함께 Recreation Centre에 왔다.
아이스 링크와 수영장, 헬스장이 있는 체육센터인데 곳곳에 간단히 음료나 스낵을 사 먹을 수 있게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출출하던 참에 뭐 하나 먹을까 하고 들여다보다가 잉? 하고 눈길이 멈춘다.
스낵자판기 안, 과자와 에너지바 사이에 당당히 끼어있는 김!! 하긴 캐나다의 엄청 짠 과자들 맛을 생각하면 김 정도는 가벼운 짠맛의 간식이 될 수 있겠다.
예전에 7살 딸아이의 축구 경기에서도 친구가 간식으로 김 한 통을 준 적이 있다. 무슨 김을 간식으로 먹나. 혹시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 우리 때문에 김을 챙겨 왔나 했더랬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김이 캐나다 아이에겐 찐 간식이었다. 그래서인지 김밥을 싸오는 우리 아이의 도시락을 캐나다 아이들은 부러워했다. 간식에 밥을 말아서 오다니! 자기도 그렇게 도시락을 싸 달라고 조르는 통에 난감하다는 캐나다 엄마의 하소연도 있었다.
캐나다 코스트코에서도 김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스채로 쌓여있는 김을 아무렇지 않게 사가는 현지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빵에 김을 싸 먹지는 않을 테니 아마도 간식으로 사가는 게 아닐까 혼자 상상해본다.
캐나다 코스트코에는 Dumbling이 아닌 ‘만두’가 있다. 기무치가 아닌 김치가 있고 라멘이 아닌 라면이 있고 김튀각 스낵이 있고 최근에는 고추장도 들어왔다. 주고객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겠지만 한국 음식 매력에 빠진 다른 국가의 사람들도 꽤나 많을 터. 스낵 자판기에 등장한 김 덕분에 더욱 한국 생각이 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