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역전 횟집에 들렀다
오래전 초등동창으로부터 역 앞에 환기가 하는 횟집이 있다고 들었다
오늘 내가 들어간 횟집은, 맞다, 환기가 하는 횟집이다
혹시 날 알아볼까, 잠깐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가게에 들어서는 날 흘끔 보며 어서 오시라 인사를 했다.
산 낙지 가격을 묻고 잘 잘라 포장해 달라 했다
경쾌하게 낙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환기의 어머니로 뵈는 분께 결제를 부탁드렸다
물에 젖어 검붉게 투박한 손,
굵은 허리, 남색 고무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영락없는 횟집 사장님이다
깡충하게 묶은 검은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다
환기도 날 힐끔 보더니 안녕히가시라 말했다
언젠가 나중에 횟집사장과 뜨내기손님이 아닌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소주 한잔 할 수 있을까
난 널 아는데
넌 날 모르는구나.
아니, 어쩜 두 번째 정도에 흘끔 볼 땐
나인지도 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너도 역시
난 널 알겠는데
넌 날 모르는구나. 생각했을지도.
연중무휴 란다.
곤하겠구나.
사는 게 참 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