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마친 논이 거울처럼 맑았다
둘째의 학교에서 캠퍼스 대항전이 있는 날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고속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올해 둘째는 반장에 동아리 회장에, 아이들에게 올해 내 목표는 반장과 회장이라며 하고 싶은 감투를 말하고 스스로 썼다
덕분에 학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간식 개수 조사하고 돈 걷고 나눠주고... 암튼 내가 보기에 반장은 별일 안 하는 것 같은데 반장엄마가 더 바쁜 것 같다
아이들의 경기는 중, 고, 남, 여로 나뉘어 예선과 결선을 치렀는데 나이와 성별에 맞게 공을 튀기는 힘도 다르고 고함을 치는 소리도 달랐다
누구는 지고 누구는 이기는 경기,
선의라지만 악에 받쳐 공을 잡고 뒹구는 경기,
져도 발을 굴러 응원가를 부르고,
이겨도 발을 굴러 응원가를 부르는 경기
결국 5년 연속 둘째의 캠퍼스가 최종 우승을 했는데 아이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둥글게 돌며 학교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가슴이 찌릿하게 뭉클했다
외출을 허락받은 둘째랑 점촌에 나와 초밥을 먹었다. 둘째가 하고 싶다고 말한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국학교에서의 비행연수시간, 미국에 살면서 영주권을 받아야 하는 얘기까지 얼마나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고 알아봤는지 기특했으나 벌써 품을 떠나 날아갈 준비를 하는구나 싶어 적적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자기가 알아서 길을 정하고 나아간다니 감사할 일이지
너를 내가 한껏 기대하마
어찌어찌 집 앞까지 왔다
오늘은 하루가 길었다
집 앞 편의점에서 파인애플맛 환타를 샀다
아파트 아지트 지정석에 앉아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흐린 하늘을 올려보며 홀짝 거린다
환타 몇 모금으로 하루가 달고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