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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동이 Apr 03. 2023

국경을 넘는 일

Cerro Tomasamil, 볼리비아


나는 세상에서 국경 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자동차로, 버스로 그리고 기차로 국경을 넘을 때의 묘한 긴장감과 알 수 없는 떨림, 변하는 풍경과 공기, 사람, 언어 그리고 냄새 등등을 좋아한다. 


남미에 와서는 국경을 넘는 일은 일상이나 다름 없었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로,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그리고 다시 아르헨티나로. 그렇게 아르헨티나와 칠레 국경을 서 너번 넘다보니 볼리비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아타카마 사막에서 우유니 사막이 있는 볼리비아로 향했다. 사막의 출입국 관리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단출했다. 이민국 직원 둘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국경 주변 쓸쓸한 사막의 정취가 유난히 좋았다. 



국경을 넘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국경을 가지지 않았다. 당시 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북한에서 왔냐, 남한에서 왔냐' 뭐 이런 질문이었는데 -


나는 이 질문이 너무 재미가 없고, 대답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마다 대답 대신 마음 속에서 국경을 넘는 상상을 하며 킥킥 웃었다. 혼자서 중국도 가고, 몽골도 가고, 러시아도 갔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국경을 넘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요즘엔 다른 때 보다 조금 더 많이 그런 상상을 한 것 같다. 


괴로운 일들과 감정이 모두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진짜 내 곁에 남을 것들만 남아서 삶이 조금은 편해졌으면 좋겠다. 삶이 조금 더 단순하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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