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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ourney Sep 16. 2022

라탄(Rattan)가방계의 클래식, 로에베(LOEWE)

스페인 가죽명가에서 만든 명품 라탄가방

여름에 주목받는 가방 소재로 라탄을 대체할 존재가 있을까.




라탄백이 여름철에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죽가방보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라탄백은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야자수로 만든 가방으로, 덩굴식물 줄기로 바구니를 짜서 만들어진다. 장바구니처럼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벼운 무게감이 가장 매력적이고, 리넨 소재와도 어울림이 좋아서 여름룩을 스타일리시하게 완성시켜준다. 라탄백 중에서도 압도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브랜드로 스페인 패션 명품, 로에베가 손꼽힌다.


<출처 : 로에베>


여러 패션 명품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라탄백들보다 로에베가 특별한 이유는 우수한 공예성에 있다고 본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전시가 열렸었다. 116개국에서 3100여 점의 작품이 응모됐고, 그중에서 30점을 선별해 공예상 전시에 소개됐다. 최종 리스트 30점에는 한국 작가가 무려 7명이나 포함됐고, 그중 '로에베 공예상' 대상의 영광은 정다혜 작가가 차지했다.


정다혜 <성실의 시간, 2021> | 출처 : SJourney


로에베 재단에서 주최한 공예상의  대상 작품,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은 말총이라는 독특한 재료에서 시작한다.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은 제주 출신인 그녀의 인생에 동아줄 같은 기회를 만들어줬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재료와 형태가 만나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특히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전시한 정다혜 작가의 말총공예 작품을 SNS에 올리면서 주말에는 수천 명씩 찾아오는 명소로 거듭나기도 했다.


'성실의 시간'이라는 작품명에서 느껴지듯이, 말총으로 공예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말총공예는 기록 상으로 7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특별한 유산이다. 로에베 공예상에서 정다혜 작가의 대상 수상은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로 세계에 한국 공예의 우수성과 참신함을 각인시켰다. 로에베 재단의 공예상은 로에베 브랜드의 정체성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출처 : 로에베>


로에베는 170년이 넘는 역사와 함께 스페인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다. 1846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작은 공방에서 출발한 로에베는 1905년 스페인 왕실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유럽 왕실에서 인정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3% 이내의 최고급 가죽만을 사용하면서 가죽의 퀄리티와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브랜드다.


<출처 : 로에베>


로에베 라탄백에는 바디와 핸들 부분에 송아지 가죽(calfskin)이 들어가는데, 실제 만져보면 부들부들하면서도 가죽의 퀄리티가 심상치 않음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다. 손잡이와 몸통 부분의 가죽만 느껴봐도 로에베의 다른 가죽 가방들도 품질이 얼마나 좋을지 기대가 된다. 또한 세계적인 럭셔리 그룹, LVMH가 1996년 로에베를 인수한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해먹백 <출처 : 로에베>


해먹백은 로에베의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인기 있는 가방 중 하나다. '해먹(Hammock: 기둥 사이나 나무 그늘 같은 곳에 달아매어 침상으로 쓰는 그물) 백'은 말 그대로 해먹에서 영감을 받아 선보인 가방이다. 스페인 가죽 명가답게 가방 전체가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져서 만졌을 때의 촉감도 훌륭하고, 가죽에서 뿜어내는 아우라가 남다르다.


<출처 : 로에베>


로에베의 라탄백은 바디에 송아지 가죽을 덧대고 스티치가 보이도록 박음질되어 있어서 포인트가 된다. 손잡이는 좌우가 언발란스적인 느낌으로 구멍을 조절해서 어깨에 메도록 길게 연출할 수도 있다. 길이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는 실용적까지 겸비한 데다 멋스럽기까지 하고, 최상위 가죽에서 느껴지는 좋은 품질과 라탄소재의 만남은 볼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다.


<출처 : 로에베>


로에베 재단은 2016년부터 공예상을 개최하면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참신한 소재를 발굴하고 유서 있게 내려오는 기법을 보존하도록 하면서 공예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브랜드, 로에베. 이런 남다른 마인드를 가진 브랜드에서 만든 라탄 공예 가방은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남아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출처 : janebirkinbasket>


라탄백이 패션계에 처음 등장한 건 1950년대로 70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당시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시기였기에 실용성을 따진 가방이 인기였다. 에르메스의 버킨 백으로 유명한, 영국 가수이자 배우인 제인 버킨은 라탄백 마니아였다. 버킨 백의 뮤즈인 제인 버킨은 터무니없이 비싼 버킨백보다는 라탄백을 즐겨 들었다. 원통형 바구니처럼 생긴 라탄백을 들고 다녔던 수십 년 전 그녀의 모습은 지금 봐도 시크하면서도 멋스럽다.  


라탄백은 에코백만큼이나 가볍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이다. 브랜드가 없는 가방은 몇만 원에도 구입할 수 있고, 명품 브랜드에서 만든 라탄백도 다른 가죽 상품에 비해서는 가격이 착하다. 수백만 원~수천만 원 하는 가방이 아니기에 장롱에 모셔놓지 않아도 된다. 관리와 보관도 편하지만 때가 잘 타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들고 다니기도 좋다.


<출처 : 로에베>


물론 라탄백은 여름 한 철에 들도 다니는 가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라탄이 주는 시원한 소재감과 바구니 같은 디자인이 휴양지를 연상시키기 충분하다. 나의 경우 1년 중 3~4개월 정도 라탄백을 사용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가벼움이다. 거기다 스페인 가죽명가 로에베의 송아지 가죽과 라탄 공예의 결합품은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만들어준다. 휴양지와도 잘 어울리지만 데일리용 원마일 웨어(자택에서 1마일권내에 착용되는 의복) 가방으로도 손색이 없다.


<출처 : 로에베>


스페인 왕실의 인정을 받은 1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로에베는 2014년 영국의 천재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함께하면서 트렌디하게 변하게 됐다. 로에베의 시그니처 라탄백은 2018년 S/S 컬렉션에서 선보인 제품으로 출시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아직까지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출처 : 로에베>


라탄 소재가 주는 투박함이주는 자연스러운 멋은 로에베의 가죽과 만났을 때 두드러진다. 가죽 공방에서 시작한 오랜 전통만큼이나 클래식한 라탄백을 원한다면 로에베를 따라오기는 힘들 것이다. 팬데믹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서 휴양지에 로에베의 바스켓 백을 들고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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