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요가 수업, 그 후
2022년 1월 4일, 두 번째 요가 수업도 첫 번째와 같은 빈야사 플로우 (Vinyasa Flow) 수업을 들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요가 스튜디오에서는 정말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지만 했던 걸로 꾸준히 해보자는 마음에 같은 수업을 신청했다. 어차피 나는 평일 아침 출근 전 시간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지는 좁혀졌고, 결국 같은 수업으로 가는 게 제일 무난한 결정이었다.
이번 선생님은 첫 수업의 선생님보다 친절했고 설명이 더 쉬웠다. 내 청력이나 이해력이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은 여전히 뻣뻣했다. 변명을 해보자면 아침 7시 반, 기상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내 몸은 굳어있었다. 하지만 동작을 거듭할수록 점점 수월해지기 시작했고 너무 신기했다. 내 몸뚱아리 아직 희망 있구나..? 이 날도 수업 중간에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의 말을 정확하게 인용하자면 "inversion", 몸을 거꾸로 하는 동작이었다. 그 말은 손으로 온몸을 지탱하는 "handstand"가 아니라 어깨로 하는 "shoulder stand"을 해도 패스인 것을 뜻했다. 다행히 shoulder stand는 필라테스 레슨에서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참여할 수 있었다. 집에서도 빈야사 동작과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해서 수업에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수업 마지막에는 누워서 명상을 하고 릴랙싱하는 시간이 있었다. 눈을 감으니 내가 지난 50분 동안 요가 동작들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들으려고 했고, 옆에 있는 다른 학생들을 힐끗 쳐다보면서 따라 했고, 몇 초 동안 유지해야 하는 자세가 있다면 그것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약한 내 허리와 무릎의 상태는 양호한지, 무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폈다.
이쯤 되니 인터넷에서 유명한 김연아 선수의 영상이 생각났다. 그래... 그냥 하는 거야.
그나저나 내가 한 생각에 대해서 생각을 했더니 조금 뜬금없을 수도 있겠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국 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이 책을 접한지라 한국어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에 살고 있다 보니 실제로는 영어 번역본을 구해서 읽었다. 영어로 번역된 제목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는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하는 이야기" 사이, 어느 쪽이 맞는 건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요가 수업은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와서 이 글을 쓰며 일본어 원작의 제목을 찾아보니 "走ることについて語るときに僕の語ること", "하는 이야기"다. 중국어 번역본도 찾아보니 역시 "하는 이야기"다. 왜 한국어는 조금 다른 뉘앙스로 번역이 된 걸까, 다른 언어들은 어떻게 번역이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나저나 다들 요가하면서 무슨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