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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Sep 25. 2019

고객의 소리, 기껏 전달해주면 뭐해?

#고객 #고객의 소리 # VOC #고객가치



2009년, 도미노피자는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한 매장 직원 때문이었는데요, 피자를 만들면서 코 안에 치즈를 넣었다 빼는 엽기적인 행각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죠. 영상은 불과 사흘 만에 100만 명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됐고, 다시는 도미노피자를 먹지 않겠다는 여론이 들끓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도미노피자 측의 대응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곧바로 진상파악에 나서 해당 직원을 고발하는 조치를 취했죠. 다행히 해당 제품이 배달되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어 도미노피자의 북미 총괄 사장 패트릭 도일은 일련의 사건 과정과 후속 조치, 그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사과 영상을 직접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모두 사건 발생 44시간 만에 이뤄진 신속한 대응이었고, 그의 사과와 약속은 대중으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도미노피자는 고객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혁신적인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바로 ‘피자 턴어라운드’ 캠페인.

고객들의 비판을 모두 수용해 도미노 피자의 모든 조리법을 바꾸겠다는 취지였는데요, 고객 간담회를 열어 고객들의 불만을 수렴한 후 홍보 영상에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담았습니다. 이에 대해 패트릭 도일 사장은 당시 이렇게 말했죠.

“우리 피자가 맛있다고 광고하는 대신, 우리가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캠페인을 통해 도미노 피자는 반죽, 소스, 치즈 등 50여 년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조리법을 모두 바꿨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인 제조법으로 만든 피자를 셰프들이 직접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장면도 영상에 담았습니다. 이 외에도 트위터 주문, 배달 모니터링 앱, 3D 피자 주문 앱 등 고객과 친밀함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작했죠.

그 결과 이듬해 매출과 주가는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고, 현재까지 세계 2위의 피자 브랜드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도미노피자의 위기극복 스토리는 빠른 사과와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사례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죠.


몸담고 있는 IT회사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각 사업에서는 그들의 고객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죠. 고객을 만나는 다양한 영업 확동,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고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서비스 접점에 있는 직원들은 응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객들의 요구사항이나 불만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고객가치혁신 담당자인 저는 매년 고객들을 찾아가 '고객의 소리(VOC)'를 듣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회사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법들을 통해 고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데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죠. 고객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준비와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자세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 회사, 그 사람은 항상 부정적이야,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가 저 요구사항을 지금 어떻게 다 들어줘. 그건 불가능해.”
 “지금 내 할 일도 많아 죽겠는데 무슨 소리야. 그냥 넘어가.”

고객들이 어렵게 꺼내 놓은 솔직한 이야기들을 내부에 전달할 때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절감하는 이야기들이죠. 물론 업계의 생태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고, 기존 업무만으로도 벅찬 현업 담당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고객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겠죠.


 “어떤 문제든 처음에는 아주 큰 문제로 보라”는 패트릭 도일 사장의 이야기. 고객의 의견을 대하는 담당자들에게 필요한 마인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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