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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May 29. 2024

한동안

나는 멈추어 그저 네가 있었고 네가 없을 아득함 속을 걷는다.

한동안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꽃을 심고 잠을 잤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지내다가도

멈추어 앉은 갈색 눈은

아득히 먼


누군가 있었고 누군가 없을

허공 위를 헤엄쳐

한동안 너는 가고


나는 멈추어 그저

네가 있었고 네가 없을

아득함 속을 걷는다. 


너의 눈은 나의 눈

한동안 우리는 이렇게

앉아서 그저 가만히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빠와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정적이 흐른다. 한동안 아빠의 눈을 들여다 본다. 눈앞이 아닌, 아득한 과거나 미래를 보는 듯 생각에 잠긴 눈. 나는 요새 이 눈을 자주 본다.     


박할머니와 도르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 정적이 흐른다. 나는 슬며시 옆을 본다. 수십년 전 일을 어제일처럼 이야기 하던 할머니는 한동안 말없이 허공을 본다. 마찬가지로 아득히 먼 어딘가를 보는 눈.     


아득한  눈을 보며 사람은 언제 이런 눈을 하게 되나 생각해본다. 그러다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내 눈도 비슷한 눈이겠구나. 언젠가 내 옆의 당신을 그리며 나도 그 눈을 하고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나는 이 시간들이 못 견디게 그리울 테다.


2024년 5월 29일

아득히 앉아.

진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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