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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Aug 07. 2020

느리게 해야 하는 일, 차(茶)

가정집 다도 클럽 이야기

 지난주 첫 번째 다도 클럽을 다녀오고 일주일이 흘렀다. 그사이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이번 주말에도 폭우와 태풍이 예상된다고... 부디 모두 평온하게 이 계절을 잘 났으면 좋겠다.  2주 차 모임에 가는 날도 비가 쏟아졌다. 태풍을 맞은 것처럼 비와 싸우며 전철에 올랐다. 신기하게도 가정집에 도착할 즈음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이제 모임을 시작할 때이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라는 뜻이었을까. "이런 날 차를 맛이면 차가 더 맛있어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오프닝 티를 마셨다. 정말 그랬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아침에 평온함을 선사해주는 맛이었다.


2 주 차 _ "이것은 느리게 해야 하는 일이에요."


 2주 차에는 차의 성분과 효능, 커피와 차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배우고 직접 실생활 행다법(行茶法)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분은 차를 왜 마시나요?"라는 선생님 물음에 오늘도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지만 아마도 '몸에 좋다고 해서요!'라는 생각을 다들 하셨을 것 같다. 왜 그 말 한마디가 쉽게 안 나오는지. 차가 원산지인 중국에서 유럽으로 처음 넘어갈 때에도 약(藥)으로 소개되었다. 실제로 차에는 약리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다. 차의 맛을 구성하는 짠맛, 쓴맛, 떫은맛, 단맛, 신맛 중에 바로 떫은맛을 내는 성분(폴리페놀, 탄닌, 카테킨)이 약리작용을 한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이 사실인 것이다.

물을 머금고 불어난 찻잎(왼쪽) 우려내기 이전에 마른 찻잎(오른쪽)

 특히 차에 들어있는 '카테킨'이라는 성분은 차와 비슷하게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와 차이를 만들어 낸다. 커피에는 카페인만 있을 뿐, 카테킨이 없기 때문에 과다섭취할 경우 카페인이 몸에 축적되거나 중독이 될 수 있다. 또, 카페인은 몸에 상승작용을 하지만 카테킨은 일종의 하강(진정) 작용을 한다. 시끄럽던 어린아이도 차를 마시면 차분해진다고 한다. 또, 카테킨은 카페인과 몸속의 나쁜 성분들을 2시간 이내에 배출하도록 돕기 때문에 '중독'의 위험이 없다. 집중력이나 기억력 상승 효과를 보며 중독을 방지하는데에 차가 특효인 것이다. 최근 건강요법, 다이어트 등의 목적으로 차의 카테킨이나 갈릭산 만을 추출하여 쉽게 복용하도록 만든 인스턴트 가공 차, 약 등이 나오지만 이는 좋은 섭취 방법이 아니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니,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인공적 추출을 거치지 않은 차를 꾸준히 우려 마시는 것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모임에서 배운 행다법(차를 달이거나 마시는 방법)은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1호 규방다례'이다. 차를 우려 마시는 방식도 사람, 지역, 시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행다법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여러 도구들의 위치와 이름, 사용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주셨다.

 다관  흔히 얘기하는 찻주전자. 중심 역할을 한다. 뚜껑의 숨구멍을 12시 방향으로 두는 것이 포인트이다.

 차호  찻잎을 담아두는 그릇

 차시  차 숟가락 찻잎을 차호, 다관에 옮길 때 쓴다.

 찻잔  주인잔은 안쪽 손님잔은 바깥쪽에 둔다.

 숙우(귓대사발) 찻물을 식힐 때 담아두는 그릇

 다건  차 행주 (사진에 다건이 빠져 위치만 살짝 그려 넣었다.)

 상보  붉은색(양) 면과 파란색(음) 면이 있다. 파란 면을 아래로 둔다.

이렇게 덮어둔 상보를 걷어 올리는 데서부터 행다법이 시작된다.

 상보를 접는 것부터 찻잔 데우기, 찻잎을 차호에서 다관으로 옮기기, 물을 부어 우려내기, 손님잔과 주인잔에 나눠 담기를 모두 마치고 손님에게 차를 권하며 한차례가 끝마쳐진다. 공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차분히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모든 과정을 따라 해 보았다. "이것은 천천히 해야만 하는 일이에요." 행다법을 가르쳐 주시며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서둘러야 해." " 빨리빨리 하세요."라는 얘기만 듣다가 "천천히 해야 해요."라는 말을 들으니 새삼 신기했다. 세상에는 느리게 해야만 가능한 일도 있는 법이다.

 

함께 모임에 참여하시는 선경님의 고운 손

 느리게 하는 일도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다. 찻잎을 차시로 떠서 다관에 옮기는 것부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게다가 함께 해주시는 모임원 분들이 사진을 찍는 통에 긴장해서일까 잔에 차를 따르기를 마칠 때까지도 잔잔한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생애 처음 행다법을 배우고 함께하는 선경님께 "드시지요." 하고 내어드릴 때의 뿌듯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차 한잔을 우리는 일이 별일 아닌 듯 하지만, 그 시간만큼의 정성과 마음이 드는 일인 것이다. 찻잔에 차를 따를 때 항상 70~80% 정도만을 채우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빈 곳은 뭘 채우는 걸까요?" 선생님께서 웃으며 물으셨다.


"빈 곳에는 주인의 마음을 담는답니다."라는 선생님의 답이 참 멋있었다.



가정집 거꾸로 아카이빙 기록자로서 매주 가정집 다도 클럽의 이야기를 글로 전하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번 회차에 배운 행다법은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1호 규방다례'로 인천다송예절문화원 원장이자 마을기업 차, 봄의 대표이신 조명순 선생님께서 전수해주셨습니다.

- 글에 소개된 차에 대한 설명은 다도 클럽에서의 수업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자세한 설명은 조명순 선생님의 저서 "마음으로 우리는 茶"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가정집 다도 클럽은 인천 서구문화재단 문화다양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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