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내얘기듣고있나요
사랑이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건 아니라서,
누군가가 조급하면,
늦게 가는 누군가는, 미안해지기 마련../
......
이번 주말은, 그녀가 늘,
가장 친한 친구이며, 어쩌면 그보다 더 소중한 애인이라고 얘기해오던,
그녀 어머님의 생신./
벌써부터 그녀는, 어떤 선물을 해드리면 좋을지, 고민이 많다.
가방이 좋겠다, 화장품 세트를 선물해라..
그도 옆에서 이것저것 조언을 해보지만,
가방은 작년에 선물했다는 이유로-
화장품은 아직 쓰던 것이 남았다는 이유로,
그녀는 아직도, 적당한 선물을 고르지 못했다.
온통 엄마의 생신선물에 신경이 쏠려있는 그녀에게,
그는,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말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저기... 어머님 생신 때, 내가.. 저녁이라도 살까?"
이번 기회에, 너와 결혼할 마음이 있음을,
그녀에게도 확실하게 하고 싶단 뜻./
초조하게 대답을 기다리는 그에게,
아이의 잘못을 타이르는 어른 같은 눈으로 그녀가 한 말은,
"오빠.. 서운해 하지 말고 들어.."
여기까지만 듣고 그는, 서둘러 그녀의 말을 끊는다.
서운해 하지 말고 들으란 말 뒤에 따라올 말은,
들으면 서운해질 말이 분명하니까./
..........
그는 그녀에게 서운해서-
그녀는 그에게 미안해서- 두 사람 모두, 말이 없다.
화를 내는 대신 침묵하면서 그는,
그동안 그녀에게 서운했던 일들이 또 다시 한꺼번에 떠오른다.
그가 커플링을 맞추자고 했을 때도,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대답했었다.
그와 제일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그녀는,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었다.
그가 원하는 것들에 담긴 뜻은, 사실 단순했다.
나는 너와 커플링을 맞추고 싶을 만큼, 널 좋아해../
나는 내 친구들에게 널 소개시켜주고 싶을 만큼, 널 많이 좋아해../
네 부모님에게 인사하고 싶을 만큼, 너를 사랑해.../
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그의 생각만큼 그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인지,
그럴 때마다 그녀에게선,
<다음에>, 아니면 <아직은>이란 말만 되돌아왔고-/
기약이 없는 대답들은, 그를 조바심 나게 만들었다.
<다음>이 언제인지, 적당한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는 언제나 기다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그녀가 원하는 그 때가 언제일지,
아직은 기다려줄 수 있지만,
이대로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 지, 그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
나는 너무 빠르고, 당신은 너무 늦어서,
혹시 이대로 멀어질까,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늘 같은 속도로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