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에세이] 내얘기듣고있나요
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는 어이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분하고,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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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초지종을 다 아는 친구 녀석을 붙들고,
줄줄...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그 여자한테 들인 공이 얼만 줄 아느냐,
티내면 싫어할까봐- / 남들이 눈치 채면, 그것도 싫을까봐-
얼마나 조심했는지 아느냐...
생일 되면 그거 꼭 챙겨주고 싶은데, 부담스러워 할까봐
선물 하나 고르는데도, 얼마나 신중을 기했는지 아느냐-
이제나 저제나, 마음 열어주기만을 기다린 게 벌써 몇 년인데,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놈한테,
그것도 단 한 번의 고백에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술 한 잔과 함께 시작된 푸념은 어느새,
그녀가 그렇게 쉬운 여자인 줄 몰랐다는-
아무래도 자기 마음을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는, 원망이 됐다가-
너는 그 녀석을 본 적이 있느냐,
나보다 키가 크더냐, 얼굴은 잘 생겼더냐,
직장은 좋은데 다닌다더냐-
내가 정말 그 녀석보다 그렇게 못하더냐.../
하긴, 나같은 놈을 감히 그녀가 좋아해 줄 거라고 믿었던 내 잘못이다...
자기 비하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듣고만 있던 친구 녀석이, 귀찮았는지-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말은.../
"(남) 아 억울하면 말해! 지금이라도 가서 말하면 되겠네."
친구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게 정답인 것도 같아서...
그제야 그는, 불평을 그치고, 입을 꾹-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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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친구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정말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는 순간부터,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요동쳤다.
하지만... 이렇게 됐으니 더는 후회할 것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었다.
잘 안되면, 친구 탓을 해볼 생각이었다.
니가 말하라고 해서 말한 거니까, 니가 책임지라고-
친구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을 하니,
물론 말이 안 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그는, 따지기부터 했다.
오래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거, 다 알지 않느냐고 물었다.
왜 내 마음 다 알면서, 다른 남자를 덥석 만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의 답은 의외였다.
"(여) 좋아하는 거는 같았는데, 확신은 없었어요."
그녀의 대답에... 그는,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여자의 마음은, 추측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여) 근데 그 사람은... 내가 믿고, 움직일 수 있게 해 줬어요."
그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는 널 좋아한다는 말을 뺀, 나머지 모든 걸 다 했다.
그 남자는, 아무 것도 하기 전에, 좋아한다는 말부터 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는 이제 알았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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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은, 맨 마지막이 아니라,
맨 처음에, 했어야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