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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무늬 Jan 13. 2020

어떤 이별에도 가해자는 없다

[픽션에세이] 내얘기듣고있나요

그들이 헤어진 지, 이제 열 흘.../


복잡한 마음을 쉬어보겠다고, 그녀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고-

괴로운 마음을 잊어 보겠다고, 그는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하기로 했다.


>>


비록 서울 근교로 떠난, 1박 2일 짧은 여행이었지만,

눈앞에 탁 트인 풍경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주 잠깐, 그와 함께 왔다면 좋았을걸... 

같이 여행 한 번 못 갔던 걸 아쉬워하다가, 

이내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

애써 잊으러 온 거지, 애써 기억하려 온 건 아니었으니까./


한 이불 아래에 옹기종기, 발을 밀어 놓고는,

맥주를 한 캔 씩 손에 들고...

친구들은 그녀의 이별 얘기를 안주거리로 삼았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빨리 잊어라,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모범답안과도 같은, 뻔하지만 당연한 위로를 해 주다가-

그 다음엔 자연스럽게, 그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맞아, 그는 많이 피곤한 타입이지,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그는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더라.../


그녀가 먼저 떠나오긴 했지만,

그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말하는 친구들에게,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그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그녀 혼자만 알아줘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녀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


그의 상황은 조금, 다르긴 했다.


남자들 사이에서, 맨 정신에 직접적인 위로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한 일이라 그랬겠지만,

2차까지는 그저,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오고갔다.

3차로 포장마차에 가서야, 그의 친구들은, 진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다 똑같다-

그 여자, 너 힘들다고 버리고 간 여자 아니냐-

너 그런 여자 때문에 힘들어 할 필요 전혀 없다.

세상에 널 인정해 줄 여자는 많다..../


위로라고 하는 친구들의 얘기는 모두,

그를 버리고 간 그녀가 나쁜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이미 취한 정신에도, 그런 얘긴 듣고 싶지 않아서,

...이 자식, 정신 차려라, 니가 감싸줘 봤자, 그 여잔 원래 그런 여자다...

그렇게 말한 친구와 결국, 주먹질까지, 하고 말았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랬다.

처음부터 헤어질 빌미를 제공한 그가, 잘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친구들은 달랐다.

이유야 어찌됐건, 그는 버림받았으므로, 그녀가 잘못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사랑하다 헤어진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였다.

이미 헤어지고도 그들은, 서로에게 지은 죄가, 미안하기만 했다.


>>


세상 그 어떤 이별에도, 가해자는 없습니다.

사랑하다 헤어진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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